사사시대 말기 제사장으로서 성막(회막)에서 최고지도자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엘리제사장의 때를 사무엘상 3:1절은 "아이 사무엘이 엘리 앞에서 여호와를 섬길 때에는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하여 이상이 흔히 보이지 않았더라."고 소개하고 있다.
당시의 영성은 거의 바닥 수준이었음을 말씀하고 있다. "엘리의 눈이 점점 어두워 가서 잘 보지 못하는 그 때에 그가 자기 처소에 누웠고(삼상 3:2)"라는 말씀은 엘리의 영성과 맞물려 묘한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엘리는 하나님의 성막에서 최고의 봉사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영적 지도력은 전무하다고 말할 지경이었고, 그의 두 아들은 탐욕과 정욕의 노예였다. 부모를 공경하지 않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가 자기 아들들이 저주를 자청하되 금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삼상 3:13)
엘리 제사장을 믿음 없는 사람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나님을 향한 그의 마음이 순수했다 할지라도 대제사장으로서 책임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였고, 자식을 향한 애정을 넘어설 만큼 굳세지 못하였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믿음이 있으되 믿음으로 승리하지 못했다. 결국 엘리는 곧 일어난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두 아들이 죽고, 전쟁에서 패하고, 법궤를 빼앗겼다는 끔찍하고 처참한 소식을 듣고, 앉았던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렇게 블레셋에 빼앗긴 그 법궤가 사울왕의 시대를 거쳐 다윗 왕에 이르기 까지 이방에 있다가 회복하여 법궤를 예루살렘에 안치할 때 일이 생겼다.
법궤를 옮길 때 다윗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 문제는 준비한 내용에 있었다. 다윗은 하나님 말씀대로 하지 않았다. 인간적으로 볼 때는 사람이 어깨에 메고 가는 것보다는 새로 만든 그럴싸한 수레에 싣고 가는 것이 훨씬 더 정성스럽고 그 시대적 상황일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법궤를 운반할 때 반드시 어깨에 메고, 다른 운송수단을 사용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민 7:9)
하나님께서 정하신 것을 인간이 상황논리에 따라 변질시켜서는 안된다.
법궤를 어깨에 메고 이동할 때에도 반드시 레위인, 그것도 고핫 자손만이 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정해 놓으셨는데도 다윗은 레위인 대신에 군사를 동원하며 자기 힘과 세를 과시(?)했다.
그 결과 법궤를 옮겨 예루살렘에 안치하려던 첫 번째 시도에서 다윗은 완전히 실패했다. 이때 일을 놓고,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Flavius Josephus. 37?~100?)는 레위인 아닌 사람이 법궤를 만진 것이 화근이었다고 했다.
비록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세워진 왕 다윗이라도 그가 하나님 뜻에 어긋나갈 때는 하나님께서 엄중하게 다루셨다.
그 뒤 두 번째 시도에서 다윗은 신중하고, 바르게 처신했다. 정예부대와 악단을 동원해 화려하고 시끌벅적하게 법궤를 옮기던 첫 번째 시도와는 그 모습이 사뭇 달랐다. 사무엘하 6:5절에 소개 되고 있는 여러 가지 악기 대신에 사무엘하 6:15절에는 나팔만 언급되었을 뿐이다. 전에는 자기 과시와 축제(잔치)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율법과 예배가 강조됐음이 분명하다(삼하 6: 13,17∼19)
흔히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할 때 사람들은 예배보다 일이나 행사에 더 집중하곤 한다. 다윗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뼈아픈 실패를 겪고 나서야 철저한 사전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말씀과 예배라는 사실을 다윗은 비로소 깨닫는다.
그 어떤 준비보다 앞서야 할 것은 예배다. 다윗은 여섯 걸음을 앞으로 나아갈 때,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다.(삼하 6:13)
오늘날에도 우리는 최고의 준비가 최고의 결과를 낳는다는 환상에 사로잡히고는 한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름답고 귀한 일이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하나님의 일이나 인생에 관계된 어떤 일이나 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법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으로 준비하되, 그 목적과 방법이 다 하나님 뜻에 합당한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다윗은 큰맘으로 행하던 법궤 안치에서 뼈아픈 실패를 겪은 뒤 천금보다 더 귀한 것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의 알파와 오메가는 예배라는 사실이었다.
다윗은 소를 잃고 나서라도 외양간을 고쳐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 덕분에 소를 두 번 잃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말씀과 예배로 돌아간 다윗에게 하나님은 법궤를 온전히 안치하게 하셨을 뿐만 아니라 노래와 춤을 선물로 주셨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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