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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가 자초한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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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2  15: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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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지 50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교회는 이런 뜻 깊은 해를 맞아 수년 전부터 다양한 행사를 준비해왔다. 그런데 여러 교단과 단체들이 너도 나도 계획하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가 과연 종교개혁의 참다운 정신과 의미를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면 종교개혁자의 후예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한국교회는 루터를 비롯한 숱한 종교개혁자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온 무수한 가치들을 허물어 버렸기 때문이다. 많은 교회들이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담을 쌓아 계급을 만들고, 교회당을 크고 웅장하게 지어 교회와 세상을 성(聖)과 속(俗)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세상이 교회에 들어오지 못하고 교인이 세상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담을 쌓고 있다.

이것은 십자가에 달리사 막힌 담을 허무신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 십자가에 매단 꼴이며, “합력하여 선을 이루라”한 사도바울의 가르침에도 정면으로 도전하는 배신행위이다. 오늘날 많은 대형 교회 유명 목사들은 강단에서 선포하는 말씀을 빙자해 믿음에 대한 권위가 아닌 권위에 대한 믿음으로 바꿔치기해 버렸다. 이제 교인들은 기득권의 권위에 ‘순종’할 것인가, 하나님의 절대적 은총을 신뢰하고 믿는 것에 권위를 둘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 앞에서 방황하다 교회를 등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500년 전 루터는 권위의 담을 허물라고 외쳤다. 교황으로 상징되는 종교 기득권자의 독단적 행태에 순응하지 말고 저항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누구도 신앙을 강요할 수 없다는 ‘신앙의 자유’, 교회 공의회나 사제의 권위보다 높은 ‘성서의 권위’, 성서는 성서 자체가 해석한다는 ‘성서 해석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은 한 개인이나 교회에 국한되지 않았다. 교회와 시민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으며, 교회는 세상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민주주의 체제가 종교개혁 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잘못된 것, 의혹이 있는 것, 불의와 부정, 권위주의를 향해 혼자가 아닌 같은 뜻을 품은 저항자들이 손을 잡고 가는 것이 바로 프로테스탄트의 저항 정신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서 프로테스탄트정신을 찾아볼 수 있는가. 불의와 부정이 권력과 결합하여 맹종하거나 또는 침묵하면서 ‘좁은 문’을 외면하고 넓고 편한 대로를 걸어언 것이 한국교회의 본 모습이다. 그 병이 깊어지면서 교권주의와 성직자의 권위주의, 배금주의가 주님의 몸된 교회를 허물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500년 전 종교개혁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500년 전에는 교황으로부터, 권위주의로부터, 비성서적인 제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개혁자들과 그를 따르는 무수한 민중들이 있었다. 지금은 누가 무엇으로부터 개혁하고, 누가 그 개혁을 지지하고 동참하겠는가.
 

동성애와 이슬람의 침투에 온 교회가 사력을 다해 막아낸다고 하는데 누가 이런 한국교회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함께 동참하고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자. 배타적인 종교 권위주의에 빠져 나 혼자 호의호식하는 동안 한국교회는 신도 수에서는 1위가 되었지만 정작 사회적 리더십은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에 유럽의 이름난 종교개혁지를 탐방하고, 기념주화를 만들어 팔고, 신도를 동원한 요란한 기념행사 몇 번 하는 것으로 땜질이 되겠는가. 구습을 쫒는 관념의 틀에 갇혀 정작 보아야 할 자신의 내면을 보지 못하는 사이에 깊이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고립이야말로 그 어떤 개혁의 동력으로도 풀 수 없는 숙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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