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에 달을 띄어
찻잔에
달을 띄어
마음 뜨락 밝힌다
어느 먼 곳
나들이 간
생각도 불러들여
내 안에
나를 모시고
올리는 아늑한 제의
-시집 『구름운필』에서
* 김정희 시인:
숙명여대 국문과. 시조문학으로 등단 시조문학상 한국예술상 한국문협진주지부장 사)한국시조문학관 관장
양극화의 융합은 의도적으로 시도하여야 한다. 찬잔 속의 존재파악은 그 속의 달빛 촉광에 의한다. 달은 천상의 이미지로 신적 존재를 담고 있다. 잔은 자아의 영적 존재 자리다. 즉 그 잔 안은 천상과 지상의 두 존재가 융합하는 자리다. 이처럼 어디까지나 사물로 밝히는 메타포에서 짧은 문장 속에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 용량은 달이 떠 있는 하늘과 달이 내려와 있는 지상의 잔속 거리만큼이나 멀고 넓다. 자아 확인을 위해 나들이 간 생각마저 그 잔 안에 복귀시키는 진술은 철저히 시각화시킨 형상미를 확인해준다.
마지막 연, 내 안의 나는 무의식 속의 자아 또는 본질적인 자아를 말한다. 차 한 잔을 마시는 작은 행위가 단순한 음료를 넘기는 일에 멈추지 않고, 인간의 본모습을 회복하고, 그것을 깨닫게 하는 일은 종교행위와 같다는 말을 하고 있다. 왜냐면 종교란 자아의 회복을 통한 구원이다. 찬 한 잔도 그런 면에서 제의가 됨을 말하고 있다. 기독교에서 내재하시는 하나님을 연상케 해준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