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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의 ' 찻잔에 달을 띄어'(평설 정재영 장로)
정재영 장로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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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2  15: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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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에 달을 띄어

찻잔에
달을 띄어
마음 뜨락 밝힌다

어느 먼 곳
나들이 간
생각도 불러들여

내 안에
나를 모시고
올리는 아늑한 제의 

                  -시집 『구름운필』에서  

* 김정희 시인:
 숙명여대 국문과. 시조문학으로 등단 시조문학상 한국예술상 한국문협진주지부장 사)한국시조문학관 관장   

   
▲ 정 재 영 장로
달 띄운 찻잔과 화자의 마음 안 생각을 동일시하여 구성된 다양한 이미지를 하나로 융합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융합은 각각의 요소가 전혀 새롭게 다른 의미로 창출하는 화학적 기능을 의미한다. 외적인 사물인 찻잔과 생각을 담는 마음인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의 상반적인 요소, 즉 찻잔의 달과 화자 안의 생각을 연결하는 의도적인 시인의 작업이 현대시 특징인 것이다. 엘리엇류의 정서로부터 도피라는 말에 상응하여 객관적인 상관물을 사용한 것을 의미한다. 객관상관물은 체험의 대상을 결합하는 소위 폭력적 결합을 한 요소다. 이 작품처럼 달이 있는 찻잔과 생각이 가득한 마음을 외적인 것과 내적인 요소를 작품 안에 배치하여 하나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양극화의 융합은 의도적으로 시도하여야 한다. 찬잔 속의 존재파악은 그 속의 달빛 촉광에 의한다. 달은 천상의 이미지로 신적 존재를 담고 있다. 잔은 자아의 영적 존재 자리다. 즉 그 잔 안은 천상과 지상의 두 존재가 융합하는 자리다. 이처럼 어디까지나 사물로 밝히는 메타포에서 짧은 문장 속에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 용량은 달이 떠 있는 하늘과 달이 내려와 있는 지상의 잔속 거리만큼이나 멀고 넓다. 자아 확인을 위해 나들이 간 생각마저 그 잔 안에 복귀시키는 진술은 철저히 시각화시킨 형상미를 확인해준다.

마지막 연, 내 안의 나는 무의식 속의 자아 또는 본질적인 자아를 말한다. 차 한 잔을 마시는 작은 행위가 단순한 음료를 넘기는 일에 멈추지 않고, 인간의 본모습을 회복하고, 그것을 깨닫게 하는 일은 종교행위와 같다는 말을 하고 있다. 왜냐면 종교란 자아의 회복을 통한 구원이다. 찬 한 잔도 그런 면에서 제의가 됨을 말하고 있다. 기독교에서 내재하시는 하나님을 연상케 해준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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