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재 성 교수

루터가 섬기고 있던 비텐베르그 교회에도 그 전날에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든 성자들의 날에 아침 일찍 예배당에 들어가서 진열된 성자들의 유품과 유물을 대면하여 기도를 하고 있으면, 신통한 기적이 이루어진다는 미신적인 신앙이 널리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만성절 날에 먼저 들어가고자 사람들을 앞을 다투어 하루 전날부터 교회 앞마당에 몰려들었다.

로마가톨릭에서 11월 1일을 만성절이라고 해서 기다렸던 것은 성자들의 유품과 유물들이 신통력을 발휘하여 특별한 기적이 일어나는 날이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언제부턴가 미신적인 기적신앙이 퍼져나갔다.

프레데릭 3세는 비텐베르그 성벽교회당에다가 수많은 유품들을 모았으며, 남달리 신통력이 있다는 특별한 유품 목록을 자랑스레 선전하였다. 이처럼 여러 유품들에 대한 홍보 및 과시 현상은 당시 어느 가톨릭교회당에서나 동일했다. 필자가 비텐베르그 교회에서 가져온 자료에 의하면, 루터가 95개 조문을 내 걸던 당시에 자랑하던 유품목록이 있었다.

예수님의 유품들은 세 가지가 있다고 하였는데,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자마자 입었던 옷 조각, 누워있던 구유에 묻어있던 밀겨조각, 십자가에 달릴 때에 양손과 양발을 포개어서 모두 3개의 못이 사용되었는데, 그중에 하나다. 동정녀 마리아의 유물로는 머리카락 3개와 모유가 있다고 홍보했다. 성자들의 유품 중에서는 성 히에로니무스 (제롬)의 이빨 1개, 모세의 떨기나무의 한 가지, 성 안나의 엄지손가락 등이다. 1518년까지 프레데릭은 이런 유품들을 무려 19,000여 점이나 수집했다. 돈을 들여서 귀하게 이 유품들에 공경을 표시하면, 경건하고 부지런한 성도들에게는 고해성사와 같이 간주되었다. 면죄부를 구매해서 연옥으로부터 구출되는 효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성절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시골 사람들이 교회 앞마당으로 모여들었다. 약 2천 여 명이 살던 비텐베르그에서 무려 6천 여 명이 몰려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백화점이나 시장처럼 분비는 복잡함 속에서 테젤이 열렬하게 면죄부를 판매하고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면죄부 판매의 모순을 지적하고자 루터는 성도들을 생각하면서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할 목적으로 토론할 주제들을 제시하였다.

2. 면죄부 판매 수익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자, 그들의 군중심리를 활용하여 면죄부를 판매하는 변칙된 상업행위가 버젓이 진행되었다. 텟젤이 비텐베르그에 나타났는데,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흥분시켜서, 앞 다투어 면죄부를 구입하게 하였다. 루터가 가장 고뇌하던 부분이 바로 돈으로 사면권을 구입한다는 허황된 신앙의 확산이었다. 그는 텟젤이 면죄부를 판매하면서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움직이는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하고 있음에 탄식하였다.

수 천 명의 군중을 사이로 다니면서, 텟젤은 죽음에 대한 불안과 연옥을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묘사를 통해서 군중심리를 움직이는 능력이 매우 탁월했다. 텟젤의 “땡그랑! 돈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르는 즉시, 연옥에 있던 영혼이 하늘나라로 튀어 오른다”라는 설교는 공포심을 조장하여 설득하는 기교를 발휘하면서, 면죄부 판매 수익금은 훨씬 늘어났다.

성도의 선행과 공로에 대해서 강조하는 구원론과 교황의 사면권을 옹호하는 교회론이 뒤엉켜서 혼돈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루터는 이 구절을 95조항에서 인용하여 비판하였다. 성경에는 전혀 근거가 없는 교황의 사면권은 이처럼 엉터리 설교사들의 판촉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계속>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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