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다음달 13일과 14일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한국을 방문한다. 그의 일정은 1박 2일, 정상회담과 국회연설 그리고 국립묘지 참배가 있고 험프리 미군기지 혹은 DMZ를 방문할 예정이다. 양국은 지금 트럼프의 방한과 관계된 일로 정신이 없을 것이며, 우리도 그의 방문을 매우 주의 깊게 기다리고 살펴보고 있다. 그런 트럼프가 온다.

트럼프의 신고립주의 같은 정책이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많이 추락시켰지만 여전히 한반도에서 미군의 영향력과 극동에서의 미국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할 것이다. 중국의 굴기와 국력의 상당한 신장은 G2라 불리며 그 위상을 자랑해도 아직은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하며, 북핵의 위협이 아무리 극심해도 그들의 눈에는 아직 어린아이의 위험한 치기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그런 북한을 핑계로 극동에서의 미군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중국의 대양진출을 막겠다는 전략적 구상을 실천하고 있다.

더불어 일본의 아베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북핵을 핑계로 전쟁할 수 있는 나라, 곧 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 체면 불구하고 나라 정상으로는 가장 먼저 달려가 친근한 스킨쉽을 나누었던 아베다. 이처럼 중국과 미국에는 최고의 예우를 하며 국익을 챙기는 아베가 우리 한국에 대해서는 철저히 원칙적이고 지능적인 무시 전략을 구사하며 우리를 소외시키고 있다. 최근 의회를 해산하고 다시 국회를 장악한 아베는 강화된 자신의 권력기반을 기초로 군사대국으로의 발전과 변화를 위해 더욱 가열차게 속도를 낼 것이다. 이런 시점에 트럼프가 온다. 그것도 2박3일을 일본에 머물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트럼프의 한국체류 1박2일과 일본체류 2박3일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에 우리측에서는 형식적 2박3일보다 내용이 알찬 1박2일이 낫다고 애써 설명했지만 공연히 궁해보이는 해명이다. 실제로 일을 해본 사람은 책상앞에서 책임자와 실무자가 하루종일 서류를 들고 회의를 하는 것보다 책임있는 당사자들이 하루 골프장을 돌면서 라운딩하며 웃고 떠들고 즐기는 사이 크고 작은 일들이 순탄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더 많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회담의 질과 양을 떠나 트럼프와 아베의 골프 라운딩을 더 걱정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냥 고리타분한 전형적인 정상회담과 국회연설과 시설 방문의 무거운 일정이겠지만 일본에서는 유명 골퍼와 동반 라운딩을 하며 유쾌한 대화를 나눈다고 하면 실무자들이 최종적으로 만들어올 합의서 내지 보고서의 승인은 그저 형식에 불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경우 우리의 처지는 어떻게 될까?

자유분방한 트럼프를 맞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직된 모습을 필자는 걱정한다. 세간에 이런 말이 있다. “주먹이 머리를 이길 수 없고 머리가 가슴을 이길 수 없다.” 지금 트럼프와 아베는 가슴으로 외교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은 머리로 특히 낡은 이데올로기로 무장된 참모들에게 갇혀 있다. 심히 걱정스럽고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트럼프의 방한에서 웃음한번 제대로 날리지 못하고 경직된 얼굴로 떠나는 것을 보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트럼프의 현란한 개인기에 속수무책을 당하면 안된다. 그의 돌발적인 언행에 우리 정부가 정말 우스운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적어도 그가 떠날 때에는 새롭게 강화된 한미동맹, FTA에 대한 전향적 태도, 정확한 대북 정책공조가 확인되야 한다. 이것을 얻어내는 것은 트럼프보다는 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의 외교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이것을 해 낼 줄 알까? 아베의 절반만해도 우리는 아베보다 갑절을 더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오고 있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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