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재 성 교수

95개 조항에서 지적된 것들은 훗날 루터가 작성한 스말칼트(Smalcald Articles, 1537) 신앙고백에서도 더 분명하게 비판되어있다.

“인간의 어떤 선행이나, 율법이나, 공로에 의해서 얻어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믿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교황이 판매하는 면죄부를 포함해서, 어떤 인간의 공로라 하더라도 죄를 감소시켜 주거나, 하나님의 면전에서 인간에게 호의를 베풀 만큼의 가치 있는 것으로 간주될만한 것은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 신앙 조항이야말로 “하늘과 땅, 그리고 그밖에 것들이 멸망되더라도 결코 포기되거나 타협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 조항 위에서 교황과 사탄과 세상에 저항하는 우리의 모든 가르침이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이 점에 대해서 확신을 가져야 하고, 의심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실패할 것이요, 교황과 마귀와 우리의 모든 대적들이 다시 승리할 것이다”고 단호히 선포하였다.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그 성벽교회 출입문 광고판에 루터가 95개 항목으로 된 논의 제목들을 꽂아 놓은 이유는 지극히 목회적인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렇게 논제를 내걸어 놓는 것은 토론을 위해서 자주 하던 일이었다. 95개 조항은 교황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다거나 대외에 자극적으로 가톨릭교회를 비난하려는 홍보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95개 조항에는 기독교 교리가 요약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장 핵심은 면죄부의 남용과 오용에 대한 개선책을 강력하게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런 토론주제를 알려 주는 것은 학자들 사이에 익숙했던 방법이었고, 전혀 새로운 혁명적 방식이 전혀 아니었다. 95개 조항에는 훗날 개신교의 최우선 교리로 강조되는 것들이 나열되어 있지도 않았다.

3. 근거 없는 기적신앙

만성절은 전혀 성경적인 근거가 없는 날이다. 그러기에 궁색하게도 성경에 나오는 기적 이야기를 인용하여서 이 날의 미신적인 관행을 정당화하려고 하였다. 로마가톨릭에서는 요한복음 5장에 나오는 베데스다 못에서 일어나는 기적을 예로 들었다. 예루살렘에 가면 두 개의 연못이 있었다. 하나는 실로암 못이고, 다른 하나는 베데스다이다. 두 개의 샘물 중에서 베데스다는 성 안과 밖으로 오가면서 기르던 동물들에게 물을 먹이는 장소였다. 여기에는 가끔 벌어지는 기적 때문에, 갖가지 병자들도 모여 들었다.

“이는 천사가 가끔 못에 내려와서 물을 움직이게 하는데 움직인 후에 먼저 들어가는 자는 어떤 병에 걸렸든지 낫게 되었다”(요 5:4).

하나님의 직접적인 간섭과 은혜를 체험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던 곳이었다.

만성절은 예수님 당대에도 베데스다 연못에서는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듯이, 로마가톨릭에서는 현세 교회에서도 벌어진다고 선전하였다. 그런 기적이 벌어지는 날이 바로 11월 1일이라고 가르쳐 온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베데스다의 기적 이야기와 11월 1일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그러나 가난하고 병든 자들, 육신의 문제로 신음하는 자들은 기적을 꿈꾸며 앞 다투어 교회당으로 몰려들었다.

기적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성자들에게 찾아가서 맨 먼저 기도해야만 일어난다고 가르쳤다. 각 지역 교회마다 기적의 도구들이 있으니 우리 교회당으로 오라고 자랑했다. 자기 교회만이 가지고 있는 성자들의 유물과 유품들을 보관하고 있다고 앞 다투어 홍보했다. 각 교회마다 자랑하는 가짜 유물과 성자들의 유품들이 무려 수 만 종류에 이르렀다.


신통력과 기적에의 헛된 소망을 불어넣은 만성절은 성경에는 전혀 그 근거가 없다. 예루살렘 양문 밖 베데스다 못에서 일어난 기적과 같은 것이 일어난다고 하는 로마가톨릭의 주장은 아무런 비판도 제약도 없이 시행되어졌다. 천사가 가끔 내려와서 물을 동하게 만들면, 가장 먼저 들어가는 자에게 치유의 기적이 일어났다. 이처럼 기적을 체험하려면 다른 사람보다 더 먼저 교회당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가르쳤다. 먼저 성당 안에 들어가서 유물 앞에서 기적을 기도하는 자에게 기적적인 해결의 축복을 주신다는 것이다.

<계속>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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