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욱 목사.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를 향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회가 루터시대의 천주교회의 모습과 판박이라서 분골쇄신하지 않으면 정말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제2의 종교개혁의 필요성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 나갈 것인지는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입으로만 회개와 각성을 외칠 뿐, 큰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교회의 위기의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위기의 원인을 본질을 잃어버린 데에서 찾고 있다. 때문에 본질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본질로 돌아가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한국교회가 본질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목사가 목사다워야 한다. 솔직히 요즘 TV나 신문 사회면에선 심심치 않게 한국교회 목회자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들이 보도되곤 한다. 차마 입 밖에 꺼내기 민망한 성추문이라든지, 사기, 폭력 등 각종 사건 사고의 주체자가 목사라는 뉴스들이다. 이제 “목사가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는 사회적 비판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다.

이 모두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의 심정으로 섬김의 본을 보여야할 목회자가 돈과 권력 등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혀 본분을 망각한 채 살아가기 때문이다. 목회자가 개혁되지 않고서 어떻게 교회가 개혁되길 바란단 말인가. 따라서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섬기는 주의 종들이 더 이상 세상적인 호화로움에 눈을 돌리지 말고, 온전히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하는 데에만 모든 정성을 쏟아야 한다. 하나님의 자리를 맘몬으로 대치시키지 말고, 오직 성경을 토대로 영혼을 구원하는 목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작금의 한국교회를 향해 흔히 분열과 갈등의 상징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만 해도 여러 개가 되며, 교단의 경우는 혹자는 300여개가 넘는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많다. 여기에 각 단체까지 합치면 그 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이처럼 한국교회가 하나 되지 못하고 있는데, 제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이 급선무다. 단지 몇몇 교단이나 단체가 개혁의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몸통이 하나가 되어야 진정한 개혁과 갱신을 일궈낼 수 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조금씩 양보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좋은 교회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어찌 보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한국교회는 부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아닌, 이 땅에 가장 소외된 사람들의 처절한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초기 한국교회가 그랬듯이 가난한 자, 작은 자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는 자세로 변해야 한다. 교회의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해 휘황찬란한 예배당을 세울 것이 아니라, 교회 문턱마저 높다고 여겨 고통을 당하고 있는 소외된 이웃을 향한 나눔과 섬김에 앞장서야 한다. 누구나 하나님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이미지가 많이 실추된 한국교회가 사랑의 종교로 거듭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후퇴를 막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제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단지 500주년이라는 숫자적 의미에만 국한되어 골든타임을 놓쳐버린다면, 정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때문에 종교개혁 500주년이라는 뜻 깊은 역사적 사건에 초점을 두고, 이를 반면교사삼아 한국교회가 거듭남을 이루는 해가 되도록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목사가 목사답고, 교회가 교회다워질 수 있도록 전진, 또 전진해야 한다. 흩어져 있는 몸통을 하나로 모으고,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을 다할 때 비로소 진정한 제2의 종교개혁을 이루는 지름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예장 대신 사무총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