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오늘 우리 사회에는 감정이 위험수위까지 와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예수 믿는 그리스도인은 어느 때나, 어느 상황에서든지 이런 감정이 악한 행동으로까지 발전하지 않도록 정화하는데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12:21) 하나님은 자기 자녀가 악에서 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신다.
그리스도인 된 우리는 감정과 그 수위를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

두 가지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악으로 악을 갚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한 일을 도모하는 것이다.(롬12:17~ 21) 악으로 악을 갚지 않는 것은 행동보다 감정을 품지 않는 데서부터 실천할 일이다. 왜냐하면 악을 악으로 갚는 일은 보이지 않는 감정이 축적되면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인(Cain)(창4:1~16)에게서 보듯이 사람의 본성에는 무서운 살인성이 늘 잠재하고 있어 하나님께서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 복수심을 억제할 수 있는 법적인 방편을 마련해주셨다.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을지니라.’(출21:24~25). 이 말씀을 얼핏 보면 극단적 원리주의자라고 일컬어지는 이슬람의 피의 복수에서 보듯이 마치 복수와 앙갚음을 정당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재판장의 판결에 따라 두 세 명의 증인을 두고, 해를 끼친 만큼만 보복할 수 있다는 전제의 못이 박혀 있다.

인간의 잔인성이 한계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사전 예방책이다.

그러나 그 한계를 파격적으로 상승시키는 놀라운 변화가 성경에서 시도된다.

예수님은 산상보훈에서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마5:38). 이것은 악에 대한 보응은 하나님께 완전히 맡기는 절대 신앙을 가지라는 의미의 교훈이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12:21)

악에 대한 되갚음(보복)이 철저하게 우리에게는 없고, 오직 하나님에게만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신다.

예수님이 가르치는 중요한 진리가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적어도 그의 제자라면 어느 정도의 도덕수준에서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것이다. 즉, 십자가를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한없이 입은 사람은 하나님의 자녀답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용서할 수 없는 원수라도 차라리 ‘사랑하라’고 하신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는 핍박 자가 있다면 우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다시 기억하고, 차라리 마음껏 축복하라고 하시는 것이다. 이것은 살인성을 본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에 대한 놀라운 반전이고 도전이다.

그리고 선한 일을 도모하는 데까지 발전하라는 명령 안에도 ‘모든 사람에게’라는 엄한 단서가 붙어 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임을 입증하는 목적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더 중요한 배후의 동기가 있다. 그것은 원수에게 우리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입증하는 것으로 인해서 회개하고, 구원받을 기회를 제공하라는 것이다(마5:16).

하나님께서는 영원히 죽을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시고 계신다.

한번 겸손히 나를 돌이켜 말씀의 빛으로 비춰보자.

마음에 혹 앙갚음의 본성이 꿈틀거리고 있지는 않는가? 분노와 불안으로 뒤척이면서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잠들지 못하게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서 돌이키시라. 그것은 악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불신앙이기 때문이다. 이 불신앙이 다른 사람을 해치지는 않을 수 있으나 바로 나 자신을 해치는 무서운 독이 된다.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가 하나님의 자녀 된 신분을 스스로 포기하는 자학적인 행동을 하게 하는 불신앙이기도 하다. 두렵지 아니한가.

성령의 은혜 앞에 나의 모습 그대로를 내어 놓으므로 더럽고 악한 모든 감정들을 주의 대속의 보혈로 깨끗이 씻음 받고, 죽어가는 영혼을 불쌍히 여기며, 그들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는 사람이 우리여야 한다.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롬 12:20)

악에게 지지 않고, 선으로 악을 이기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얼마나 깊고 오묘하며 심장을 떨게 하는 두려움인가.
이 깊으신 주의 진리와 그 교훈을 단초적 감정과 행위로 조잡하고, 낮은 수준의 기독교로 전락시키는 나여, 어찌할 것인가.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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