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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문의 '새벽 소묘'(평설 정재영 장로)
정재영 장로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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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31  19: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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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소묘

어둠은
고요를 타고 내렸고
바람은
느티나무 잎사귀 밑에
숨어 있었네

바람의 바람은
언제나 자신을 숨기고
고즈넉한 어둠을 즐기는 것

그러나
바람은 또한
자신의 약점을 아에
갈치 비늘이
느티나무 잎사귀에서 부서질 때
끝내
거절하지 못하는 달빛의 유혹

바람이
느티나무 잎사귀 밑을 벗어나는 순간
파르르
바람의 날개짓은 시작되고
느티나무 잎사귀는
살랑살랑
춤을 추네

느티나무 잎사귀는
바람 때문이라고 했고

바람은
달빛 때문이라 했네

달빛은
차분한 어둠 때문이라 했네

새벽은
내 앞에
그렇게 열려 있었네

 

*전종문 :
수유중앙교회 목사.
<한비문학>, <문예비전>신인상 총신문학회 회장. 한국 크리스천문학가협회 부회장.
시집:  『나무 생각 숲 생각』  『분주한 날의 여백』  『사모하는 날의 찬송』 『청명한 날의 기억 하나』  『창백한 날의 자화상』 등
톨스토이문학상 대상(계간 문예춘추), 아름다운 문학상(창조문예) 

   
▲ 정 재 영 장로
시란 수사법에 의해 작품이 완성된다. 관념의 의미를 형상화시켜 전달하는 언어예술이 시다.

이 작품은 어둠, 바람, 달빛, 이 세 가지를 의인화시켜 인간 내면세계와 정신현상을 드러내 보여주려 한다. 바람은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 존재파악은 바람이 만든 현상을 보고 알 뿐,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첫 연에서 ‘느티나무 잎사귀 밑에 숨어있었다’는 진술을 통해 바람의 상황과 모습을 추론할 수 있게 해준다. 숨어 있다 함은 안 보인다는 의미다. 즉 바람이 잔잔해졌다는 말이다. 잎사귀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고요 상태다. 어둠의 고요와 바람의 고요를 이중적으로 배치함으로 고요한 모습을 밝히고 있다.

‘바람의 바람’은 언어유희 사용이다. 전자는 공기 유동에서 생기는 바람(風)이며 후자는 바라는 것(望)을 말하는 단어다. 의도적인 동음이어 사용이다.

바람이 잔잔함을 그리는 2연에서도 어둠속에서 사물이 활동을 중지한 상태다. 그러나 3연에서는 달빛에 의하여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은 달빛에 유혹을 받았다는 것과 동일하다. 4~6연은 달빛의 유혹으로 느티나무가 흔들리게 된 사연이 잎사귀는 바람에게, 바람은 달빛에게, 서로 핑계를 대고 있다.
마지막 연은 어둠속에 있는 밤의 고요와, 깨어나는 새벽을 모습을 그림처럼 보여준다. 그래서 소묘, 즉 그림에서 뎃상이란 말이다.

바람과 달빛과 느티나무의 은유는 무엇일까.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다. 만일 달빛이 하늘을 상징하는 것으로 본다면, 바람은 자아를 포한한 지상적 의미를 지칭하는 것이 된다. 그 연장선에서 느티나무는 자아가 속한 공동체 즉 가정이나 사회라고 해도 무방하다. 시란 원래 해석상 애매성을 생명으로 하는 것이라서, 그 내용을 해석하는 것은 각자 몫이다. 정답보다 현답이 우선한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자연을 인간 내면의식과 연계하는 기능에 의해, 언어예술의 심미성을 재확인해준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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