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동 규 목사

한국교회의 교인들은 강한교회, 큰교회, 돈이 많은 교회, 세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교회, 부자들이 많이 모이는 교회가 좋은 교회이며, 이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가 좋은 목사라고 평가한다. 그렇지 못한 교회는 좋은 교회가 아니라는 생각을 부지불식간에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지재하고 있는 사고는 십자군적 사고방식이다. 고 손규태 박사는 신학자 폴 틸릭의 말을 인용, 십자가와 십자군은 그 어원은 같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가장 먼 거리에 있다고 했다.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교회의 사이즈로 평가하는 경향 때문에, 목회자들은 경쟁적으로 교회당을 크게 건축하고, 고급승용차를 구입해, 자신을 과시한다. 이런 사이에서 교인들은 뼈를 깍는 고형을 짜내어야만 한다. 즉 한국교회는 건물이 교회가 되었다, 큰 교회를 건축하기 위해 목회자와 교인들은 전투적이다. 헌금을 많이 거두어들이기 위해서도 전투적이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모습은 한마디로 예수님이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과 함께 역사의 현장, 이들의 삶의 현장에서 벌인 하나님나라운동과 거리가 멀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성육신하고 인간이 되어 십자가에 죽임을 당한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이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다가 주는 사건이라면, 군사적인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던 십자군운동은 그리스도의 정신과는 상반된다. 그리스도의 사건, 즉 성육신의 사건과 그의 수난의 길, 그리고 십자가에 죽으심이 우리에게 구원이 되는 것은 그의 강함이 아니라, 약함때문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죽임을 당하심으로서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셨다. 그의 능력은 강한데서 완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약한데서 완전해진다는 죽음을 통해 보여주셨다. 본회퍼는 “하나님은 약함에서 우리를 돕는다”고 지적했다. 예수님은 약함을 통해 승리하셨다. 또한 사랑을 실천하고, 화해자로서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이셨다.

한국교회는 특히 대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군사문화는 위계적 계층화와 함께 승리주의 적대감, 흑백논리, 그리고 전투적인 언어 사용으로 특정지울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은 초대교회가 지녔던 평등주의를 몰아내고, 위계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체계를 강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교회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코이노니아는 사라지고, 익명성과 자본주의적 기업적 관리체계가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승리주의의 적대감, 그리고 흑백논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이데올로기와 결합되어 수단의 목적을 정당화 한다는 교회성장론의 뿌리가 되었다. 이는 곧 타종교, 타교단, 타교회를 적대시하거나 아니면 이들과의 진정한 교제를 차단한 왜곡된 개별 교회주의를 탄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개별교회주의는 오늘날 결정적으로 요청되는 사회적 연대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등장, 종교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통합 기능에 대해서 오히려 역기능을 한다. 이로 인해 교회는 사회적 공공성을 상실했고, 교회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부자들을 위한 교회로 변질됐다.

예장 개혁선교 부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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