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예장 통합 서울동남노회는 격론과 정회를 거듭한 끝에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 대한 청빙건을 통과시켰다. 명성교회가 속한 통합총회가 목회세습을 법적으로 불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성교회가 노회를 통해 청빙절차를 밟게 된 것은 지난 102회 총회에서 목회자 세습금지법이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헌법위원회의 해석이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명성교회로서는 무엇보다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순조롭게 목회를 물려주게 되어 여타 대형교회들이 담임목회자 교체과정에서 보여준 불미스러운 트라우마 재연에 대한 염려와 걱정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다. 미자립 개척교회로 시작해 십수년 만에 세계 굴지의 초대형교회로 키운 1대 목사에 이어 미국에서 엘리트 신학코스를 밟은 후 아버지 옆에 돌아와 부목사로서 목회를 배운 아들이 아버지의 뛰어난 목회적 자질과 리더십까지 고대로 물려받아 2대 담임목사로 부임하게 되었으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김삼환 목사는 분명 한국교회에 손꼽히는 뛰어난 목회자임에 틀림없다. 한경직 목사 소천이후 한때 조용기 목사가 그 뒤를 잇는 듯 했으나 지금은 김삼환 목사에 견줄만한 목회자를 찾기 힘들 정도이다. 그런 뛰어난 목회 지도력을 바탕으로 부흥과 성장을 거듭한 명성교회로서는 김 목사가 총회 법에 따라 70세에 은퇴하는 그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70세 정년 규정으로 인해 자신을 키워준 교단을 등지고 독립교단을 찾는 목사들이 어디 한둘인가. 결국 아들 목사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명성교회 당회의 차선책이었지 최선의 결정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문제의 일차적인 책임은 총회에 있다고 본다. 목회자세습금지법을 만들어 놓고 작은 교회는 예외로 인정하면서 큰 교회는 안 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결국 법을 지키는 교회만 손해라는 불신을 조장한 책임이 총회에 있기 때문에 법에 대한 형평성 문제로 결국 총대들이 기본권 침해 요소가 있음을 인정하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두 번째로 노회도 책임이 없지 않다. 노회는 상회인 총회의 법과 질서에 따라야 하지만 무엇보다 개교회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감싸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헌의부가 시찰에서 올린 청빙 건을 정치부로 안내려 보내고 반려해 버린 것은 스스로 정치적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순리 대신 극한 대결과 충돌을 자초한 것이 바로 노회이다.

명성교회 또한 자기들의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상회인 노회를 무력화시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세습을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부노회장이 노회장으로 자동승계토록 된 규칙마저 무시하고 불신임투표라는 보복의 칼을 들이댄 행위는 노회역사에 두고두고 수치스런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사과하고 원래대로 돌이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명성교회로 돌아오게 될 지도 모른다.

주요 교단들이 목회자세습금지법을 제정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교회의 사유화를 막겠다는 취지에서이다. 1대 목사가 아무리 교회에 헌신하고 교회를 키운 공로가 있다 해도 자기 아들에게 대물림하는 것이 마치 사기업의 2세 경영권 승계처럼 특혜와 부정으로 인식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의 거룩성과 공교회성의 심각한 훼손에 있다.

이번 명성교회 건은 교단이 정한 목회세습금지법의 기본권 침해 부분에 대한 현저한 시각차이를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차제에 목회자 70세 정년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사회에서는 적어도 75세는 넘어야 노인으로 인정되는 분위기로 급변하고 있는데 목회자의 건강과 능력, 교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70세에 물러나도록 한 교단의 규정이 오늘의 목회자 세습을 둘러싼 갈등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음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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