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내려와 EBS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제 눈에 들어온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제 눈에 밟히는 아이들이 되었습니다. 방치된 아이들을 아무런 감정 없이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여기 EBS 신학교 학생들은 3년 동안 온 가족이 의무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합니다. 꼬박 3년을 하꼬방같은 곳에서 살아야 하지만 아무도 큰 불평을 쏟아내지 않습니다. 바로 그들 곁에 외로움이 일상이 된 아이들이 있습니다. 초등학교부터는 인근학교에 다닐 수 있지만, 유치원은 없기 때문에 작은 아이들은 하일 없이 온종일을 방치되기 일쑤입니다. 그들이 눈에 밟히는 건 내가 대단한 교육가이거나 선교사이기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그들에 대한 부담감은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제 마음에 수북이 쌓여만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을 보고 제 손을 보았습니다. 제 손엔 언제나처럼 작은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빵 두 덩이가 전부였습니다. 우리 세 식구가 한끼 먹기도 부족한 양이었습니다. 마음은 슬펐고 초라한 두 손은 더욱 오구라 들었습니다.

그래도 방관자보다는 벳세다 광야의 그 소년이 되고 싶었습니다. 작은 것들을 나누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과 더불어 그들 옆에 있어주려 애썼습니다. 지나는 길에 우연히 만난 강도 만난 자도 돌봐야 한다면 미래를 도둑맞은 이웃 아이들에게 작은 손을 내미는 건 당연한 마음이 아닐까요? 그 손을 주님께서 누군가와 함께 잡아주셨습니다. EBS 신학교 학생들의 취학 전 아이들을 위해 데이케어센터(Day-care Center)를 열게 되었습니다. 기아대책을 통해 무명의 헌신자께서 옥합을 깨드렸습니다. 제 손의 오병이어가 또 주님의 손을 통해 열두광주리가 가득 차도록 남겨짐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를 향한 창조의 역사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임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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