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규 목사.

지하실의 컴컴한 방
기도소리가 들렸다
찬송소리도 들렸다
이어서 비명소리도 들렸다

대공분실지하 거기 사람이 있었다
수사관들에게 녹초가 되어버린
민중교회 교인 하나가 저항했다
쉽게 앞으로 고꾸라지며 피를 흘렸다
코와 입에서 흘러내린 피는
옷자락을 적셨다

형사들에게 끌려가 맞기 시작해서
조사관의 심문을 당하기 전까지
매를 맞아야 했다
불법 위장취업이다
학생 노동자가 될수 없었던
전태일 다리를 건너며
추운 겨울 골목에서
떨어야 했던
구로동 공장 앞
불빛이 처연하다

은행나무가 몸을 떨었다
우수수 잎들이 깔렸다
다니던 교회의 십자가 보이지 않았다
건물에서 쫓겨난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교인인 교회
노동자와 가난한 청년들이 모였다
아버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신문을 돌렸다

세월이 지나 교회는 문을 닫았고
말없이 걸려 있던 십자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버지는 요양원에 가시고
아들은 오늘도 기도중이다

민중은 피폐해지고
대형교회들 붉은 십자가가
세상을 어둡게 한다

예수는 교회를 떠나
세월호 아직 돌아오지 않은
다섯명의 사람을 찾아 나섰다 

*김창규 약력: 충북보은출생, 한신대학졸업. 한국작가회의자유실천위원회 회원. 1984년 <분단시대>동인지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푸른벌판>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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