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대형교회가 아버지에 이어 아들에게 목회를 세습한 것에 대해 후폭풍이 거세다. 이 교회는 지난 10월 24일 소속 노회에서 담임목사 청빙 건을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킨 후 지난 12일 주일 저녁예배 시간에 전격적인 원로목사 추대 및 위임예식을 거행했다.

이 교회가 원로목사의 아들을 위임목사로 청빙하게 된 것은 지난 9월 예장통합 제102회 총회에서 세습금지법이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헌법위의 견해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후 이 교회는 교단의 목회세습금지법이 이미 사문화된 것으로 보고 소속 노회에서 사활을 걸고 이 건을 통과시킨 후 이날 전격적인 위임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 교회가 속한 통합 총회는 지난 2013년 만든 세습방지법에서 담임목사의 배우자나 자녀, 손자 등 직계존속은 그 후임이 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번 총회에서 헌법위 해석이 받아들여진 이상 어떤 식으로든 재론과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헌법이 바뀌려면 아직 멀었다. 따라서 이 교회의 부자세습은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이다. 그런데도 이런 불법 청빙을 강행한 것은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회에서 목사 청빙 건이 통과되었고 일단 저지르고 나면 기정사실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 총회 임원회는 지난 14일 세습금지법에 대한 서울동남노회의 질의에 대해서 ‘세습금지법이 아직 유효하다’는 헌법위원회의 유권해석을 그대로 노회 측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미 위임식까지 다 해버린 상황에서 이 같은 임원회의 견해가 별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겠지만 이후 법적인 공방에서 교회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회가 아들 목사에게 교회를 넘겨준 올해는 아다시피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단행한지 500주년이 되는 해였다. 개신교가 출발한지 500주년이 되는 해에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대형교회인 이 교회는 종교개혁 정신을 정면으로 비웃는 방법으로 아들에게 목회를 대물림한 교회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으로 남게 됐다.

종교개혁은 탐욕의 막장 끝에 피운 꽃이었다. 500년 전 당시 로마 가톨릭 교황청은 성 베드로 성당을 짓기 위해 모금하면서 교황청이 발행한 면죄부를 팔았다. “면죄부”란 그 당시 로마 가톨릭 교황이 금전이나 재물을 바친 사람에게 그 죄를 면해준 것으로 “상자 속으로 던져 넣은 돈이 짤랑하고 소리를 내는 순간 구원을 받는다”는 탁월한 슬로건과 효과적인 판매 전략으로 불티나게 팔리며 세상을 어지럽혔다. 결국 그 탐욕이 종교개혁의 불씨를 지폈고, 종교가 가장 멀리해야 할 욕심과 탐욕을 가장 가까이에 두었던 부패한 가톨릭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그렇게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늘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한 대형교회의 목회세습 문제는 개교회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에 한국교회를 하나로 만들 절호의 찬스라며 ‘골든타임’ 운운했던 소위 대형교단 교단장들은 지금 자기들 주도하에 또 하나의 연합단체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그 단체에 초대 대표회장 추대 1순위로 세간에 오르내렸던 그 대형교회 목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에 보란 듯이 아들에게 교회를 대물림했다.

단언하건대 앞으로 아들에게 교회를 몰려준 아버지 목사나 물려받은 아들 목사는 조금 시끄럽긴 하겠지만 문제가 되기는커녕 “성공한 목회자”로 기림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구원을 얻는 것은, 바벨탑을 쌓는 그 “위대한 반열”에 끼지 못한, 그리스도를 믿는 ‘남은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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