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에 이어 이번 포항지진으로 그동안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막연한 공식이 깨졌다. 이번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지만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천만 다행이다.

그런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온 국민이 재난을 당한 포항시민들을 걱정하며 작은 온정이라도 나누려는 이때에, 정치인과 목사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망언을 늘어놓아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방송에도 나와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던 모 여성정치인은 지난 17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포항 지진과 관련해 “하늘이 문재인 정부에 주는 준엄한 경고, 천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해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지탄을 받았다. 이에 질세라 전남기독교총연합회장이라는 모 목사는 부흥회를 인도하는 중에 “종교계에 과세한다 하니까 포항에서 지진이 났다. 어떻게 하나님의 교회에다 세금을 내라 하느냐, 하나님을 건드리면 국가에 위기가 바로 온다”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천재지변을 가지고 정부 탓하는 정치인이야 그 의식수준이 과거 봉건 왕조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치부하면 되겠지만, 지진이 종교인 과세 탓이라니 이건 뭐 창피해서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이를 빗대 김동호 목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딱 무당 수준”이라고 했는데 무당도 이런 사람과 비교당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지 않을까 싶다.

이런 분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또 영적으로 교인들의 신앙을 지도한다니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들을 보고 전체 정치인과 목회자를 싸잡아 비난하거나 매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딱잘라 말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이 좋던 나쁘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높은 위치의 지도자 그룹에 속한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서 정치인을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은 그저 당리당략에 매여 국민들을 이용하는 집단이라는 정서가 팽배해 있다. 그래서 정치인이 내뱉은 말은 한동안 시끄럽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진다. 그런데 목사가 그런 말을 하면 그 개인을 넘어 기독교 공동체 전체가 욕을 먹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에 한기총 공동회장이던 모 목사가 “안산에 사는 가난한 집 애들이 불국사나 가지 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가 사고를 냈느냐”고 함부로 말했다가 당사자 뿐 아니라 기독교 전체가 “개독”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과거 일본 고베대지진과 후쿠시마 쓰나미 때는 포스트 한경직으로 불리던 모 원로목사가 “일본이 예수를 안 믿고 우상을 숭배해서 그런 벌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가 제대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요즘 아들 세습 문제로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모 대형교회 원로목사도 한때 강단에서 세월호 유족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내용의 설교를 했다가 “세월호 망언 목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진과 천재지변은 지구상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목사의 입장에서 이를 하늘의 심판이나 경고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진이 발생한 그 지역 사람들이 잘못하고 죄를 지어서, 혹은 하나님이 정권을 심판해서 재난이 일어났다고 말하는 것은 궤변을 넘어 밑도 끝도 없는 욕설에 가깝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또한 성도들의 영성을 책임지는 목사라면 내 죄 내 허물로 인해 수많은 우리의 이웃들이 고통당하고 피해를 보는 것이기에 내가 먼저 하나님 앞에 회개한다고 말해야 하며, 남이 아닌 자신을 채찍질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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