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가 지나면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셋에서 넷으로 하나 더 늘어날 전망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에 하나로 뭉쳐도 시원치 않을 판에 한국교회 장자교단이라는 예장 통합 등 대형 교단의 주도로 또다시 새로운 단체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장로교 분열 당시 예장 합동과 갈라진 통합은 그 후로 단 한 번도 교단 분열을 겪지 않고 건실하게 성장해 온 몇 안 되는 교단이다. 예장 통합이라 하면 몰라도 한경직 목사 또는 영락교회, 소망교회, 명성교회라 하면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명망있는 교회와 목회자를 다수 포함한 교단이라는 것이 일종의 프라이드처럼 여겨져 왔다. 교세는 예장 합동이 더 크지만 신학의 폭이 보수와 진보를 다 아우르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정통 교단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총회 설립 100회기를 지나면서 통합 교단의 명성에 연달아 먹구름이 끼고 있다. 한때 마치 한국교회 이단감별사라도 되는 냥 이단 사이비 딱지 발급을 남발하더니 100회기를 맞아 화합을 구실로 총회장이 앞장서서 한꺼번에 이단을 해제하려다 망신만 톡톡히 당했다. 102회기에 들어서는 불과 4년 전에 총회에서 압도적 표차로 가결한 세습금지법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식으로 물타기를 시도해 초대형 교회의 전격적인 목회세습으로 세상의 질타를 한 몸에 받으면서도 일언반구 아무 말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통합의 갈지자 행보는 5년 전 자신들이 주도해 세운 한교연을 허물고 새로운 한기연을 세우겠다고 나서면서 그야말로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소위 대형교단 총회장들이 저마다 말을 맞춘 듯이 쏟아내던 “골든타임”이라는 단어도 자동적으로 슬며시 자취를 감추었다. 한교연 없이도 한기연을 세우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전현직 교단장들이 한때 올해야말로 하나님이 한국교회가 하나 되라고 주신 절호의 기회라는 논리로 한기총 한교연의 기구 통합을 압박하던 분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동안 한국교회 안에는 예장 통합이 하면 무조건 옳다 라는 등식이 통하던 시대가 있었다. 길이 아니어도 통합이 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는 식이다. 그래서 NCCK가 주도하던 대정부 대북사업에 불안을 느낀 보수교단들이 고 한경직 목사를 앞세운 예장 통합을 따라 한기총 태동에 참여했고, 세월이 흘러 그 한기총이 이단과 금권선거에 지탄을 받는 신세가 되자 또다시 통합을 중심으로 보따리를 싸 새로 시작한 것이 한교연이 아니던가.

이때까지는 통합 교단의 결정을 무조건 옳다고 믿고 함께 따라 나온 교단들이 다수였다. 그런데 작금에 통합 교단을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시각에 분명한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자기들이 주도로 세운 한교연을 별 명분도 없이 5년만에 허물고 비슷한 이름의 새 간판을 달겠다는 명분없는 정치적 놀음에는 동조하는 교단보다 비난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일부 언론에서 장감성이 모두 참여하는 한국교회 95%를 점하는 대형 연합기관의 탄생을 침이 마르게 칭송하는 보도를 연일 쏟아내지만 결국은 또 다른 분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통합이 결정하면 무조건 옳다고 따랐다가 뒤통수 맞은 작은 교단들은 초대형교회의 목회세습으로 종교개혁 500주년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 교단이 한국교회와 사회 앞에 최소한의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려면 지금 몇몇 교단들과 의기투합해 벌이고 있는 연합기관 분열작업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보다 분명한 것은 근래 들어 통합교단이 연달아 터뜨린 스캔들로 인해 한국교회가 예장 통합이 이제껏 행사해 온 지도력의 실체에 대해 비로소 의심하고 물음표를 달기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다.

명심보감에 “내 몸이 귀하다 하여 남을 천히 하지 말고, 자기가 크다고 하여 남의 작은 것을 업신여기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한국교회 대형교단의 총회장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내가 결정하는 것은 무조건 옳으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일부 인사들에게 이 격언이 쓰디 쓴 양약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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