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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의 '고희'(평설 정재영 장로)
정재영 장로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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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9  10: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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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먼 산이 보인다
그 산이 또렷해졌다

-시집 『꼭』에서
*유자효: 서울대 불문과. 정지용문학상. 한국문학상 등 다수.
SBS 이사. 『시와 시학』 주간

   
▲ 정 재 영 장로
시는 다른 문학 장르와 달리 짧은 것이 특성이다. 이 작품은 더욱 그렇다. 이것은 응축을 통해 많은 의미를 담기 위함이다. 당연히 해석도 다양하게 된다. 시가 전달하려는 정답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객관식 시험 문제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는 해석상 난해해질 수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러 가지 답이 가능하다함은 추상화처럼 독자에게 상상의 자유를 선물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내용은 간단하다. 70세 나이가 드니, 그제사 산이 보이고, 또렷하게 보인다는 말이다. 원래 나이가 들면 수정체의 혼탁이나 시신경의 퇴화로 희미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화자는 오히려 더 잘 보인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제대로 보인다는 것이다.

눈은 무엇을 말할까. 항상 시는 꼭 은유를 동원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이 육안을 지칭한다면 이 작품이 말하고 있는 내용은 단순한 과학적 진술어에 그치고 만다. 당연히 육체적 시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심미적인 것을 말하고 있음을 추측하게 해준다. 본다는 의미는 세계관이나 우주관 또는 내적 투시력을 상상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산은 무얼 비유하려는 사물일까. 제목에서 연상하여 추론해보면 나이가 70세가 될 때까지 시인이 추구하고 도달하려한 지점일 것이다. 그것이 삶의 가치나 목적 또는 목표를 불문하고 인생의 지향점을 지시하는 말이다.

70 세에 그 산이 잘 보인다는 것은 나이가 만들어 준 가치관의 확립이다. 즉 고희가 되어 삶의 의미망이 현실적으로 뚜렷하게 보인다는 말이다. 그동안 애매했던 철학적 세계관이나 종교적 우주관이 분명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시의 생명 중 중요한 요소가 응축이다. 한 글자라도 필요하지 않는 말은 시의 생명력을 희미하게 해준다. 시를 길게 만들어야 많은 것을 담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반대로 간단명료한 말로 전달된 비유가 대부분 많은 의미를 숙성시켜준다.

단순성의 미학을 추구하는 경향이 현대예술 특징 중 하나인데, 이 작품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좋은 예시가 된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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