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규 희 목사.

우리나라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인 5.4의 지진이 지난 15일 경상북도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인해 민간시설 피해가 무려 3만건이 넘었으며, 인명피해도 91명에 달했다. 사상 초유로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1주일 연기된 이번 지진은 포항 경제에 1000억원이라는 피해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여기에 끊이지 않는 여진은 쉼터를 잃어버린 이재민들의 놀란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들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진 이후 국가적, 사회적 대응이 빨랐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관심도 남달랐다.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때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과는 달랐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에게 신뢰를 줬으며, 그들이 당장 엄동설한에 떨지 않도록 전국적 차원에서 온정의 손길이 봇물을 이뤘다.

당정청은 포항지진 피해 이재민들에게 임대주택 160여채를 발 빠르게 제공했으며, 각계 기업과 단체에서도 성금 및 생필품 등 지원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졌으며, 꼬마 4남매가 부모님 안마 용돈을 모은 14만 원을 편지와 함께 보내거나 중학교 한 학급은 지각 벌금비 25만8000원을 성금으로 기탁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저마다 답지한 성금이 27일 현재 210억에 달한다.

한국교회도 전국서 후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한국교회 보수연합단체를 대표하는 한국교회연합은 현장을 직접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1천만원을 전달했고, 한국교회봉사단 등도 포항 지진 이재민들을 위한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포항 지역 교회들도 지진 대피소를 제공하는 등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성경 말씀을 몸소 실천에 옮기고 있다.

하지만 포항 이재민들의 고초는 여전하다. 특히 정신적인 충격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고 있어 불안에 떨고 있다. 한국교회가 이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길 바란다. 단순히 성금 얼마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재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치유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길 바란다. 포항 지진 이재민들은 눈에 보이는 피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더불어 불안감에 떨며 잠을 설치는 등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있다. 서해안 기름유출 사건 때 직접 몸소 현장에 나가 기름때를 닦았던 모습처럼, 포항 현장에서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린 이재민들의 놀란 가슴을 어루만져줘야 한다.

더불어 연말연시를 맞아 한국교회가 포항 지진 이재민들 뿐 아니라, 이 땅에 소외되고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데 앞장서길 기대한다. 그동안 외형적 성장에만 치우쳐 높은 곳만을 바라봤던 과오를 회개하고, 누구보다 낮은 자의 심정으로 그들을 섬기는데 주저함이 없길 소망한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하셨던 말씀처럼 가난한자, 갇힌자, 억압받는자, 소외된 자를 위해 그들의 편에 서서 함께 울어주길 원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올해 마지막 남은 한 달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한국교회의 본질을 되찾는 기회로 여기길 바란다. 더 이상 세상적 욕망에 매몰되지 말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모습만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가 회개와 각성을 통해 거듭나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사랑의 종교 타이틀을 되찾길 기도한다. 무엇보다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이 신뢰하고 마음을 열어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든든한 동반자적인 종교로 부끄러움이 없도록 걸어가길 원한다. 

예장 우리총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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