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단장회의 주도의 한기연이 결국 명칭을 변경하고 한교총으로 탄생했다. 한교총 신임 임원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비롯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에 이은 한국교회 제4의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이 탄생했다.

당초 넓은 의미로는 빅텐트를 쳐서 한국교회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르고, 좁은 의미로는 한기총과 한교연을 하나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출발한 ‘한국교회총연합회’가 ‘한국기독교연합’에 이어 ‘한국교회총연합’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목표에는 미치지 못한 채 제1회 총회를 열었다.

한교총은 제1회 총회를 5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에서 개회하고,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개혁을 위해 출발했음을 알렸다.

하지만 출발부터 모양새는 좋지 못했다. 한교연이 ‘한국기독교연합’으로 법인 명칭을 변경하면서 명칭 사용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 훗날 법정 다툼의 빌미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지, ‘한국기독교연합’이란 명칭을 포기하고, ‘한국교회총연합’을 사용키로 했다.

현장에서 급하게 나누어준 제1회 총회 결의문에서만 ‘한국기독교연합’이란 명칭이 ‘한국교회총연합’으로 바꾸어져 있을 뿐, 이날 배포된 제1회 총회 회의자료에까지 ‘한국기독교연합’이라는 단체 명칭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고, 대형 걸개에도 ‘한국기독교연합 제1회 총회’라고 버젓이 있음에도(나중에 단체사진 찍을 때 한교총 제1회 총회로 바뀜) 총대들은 너무도 쉽게 명칭 변경에 동의했다.

지금까지 각종 공문이나 언론 보도 등에서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며 ‘한국기독교연합’을 고수해왔으면서도, 단지 한교연에서 명칭을 먼저 선점했다는 이유로 한교총으로 바꾸면서도 일언반구의 말조차 없었다.

문제는 너무나 쉽게 이뤄진 명칭 변경이지만, 한교총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앞서 통합과 합동 등 교단들은 9월 정기총회에서 한기연 참여에 적극적으로 참여키로 했다. 어디까지나 ‘한기연’으로의 참여다. 물론 명칭은 변경됐어도 알맹이는 그대로라고 주장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다만 명칭을 ‘한교총’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자칫 앞서 9월 총회에서 결의한 ‘한기연’으로 가입 내용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만일 각 교단 내부적으로 의견을 취합하지 못할 때에는 내년 9월 정기총회까지 가야할 경우의 수도 존재한다. 이는 좀 더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인지, 아니면 한기연(명칭 변경 전 한교연)과 한교총 양쪽을 놓고 여전히 고심하고 있는 것인지, 제1회 총회에는 8월 창립총회 때 뜻을 같이하기로 한 45개의 교단이 아닌, 한교총에 따르면 30개의 교단만이 참석했다. 정기총회 회원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참여를 하지 않은 총대들도 있어 현장에는 예상 보다 적은 숫자가 자리를 메웠다.

▲ 8월 창립총회 때 45개 교단의 참여가 있었지만, 제1회 총회에는 30개 교단이 참석했다.

그럼에도 한교총은 “한국교회 95%가 참여한”, “진보와 보수의 연합”, “주요교단이 참여한”, “한국교회사 최초” 등의 ‘자화자찬’의 단어들을 사용하며, “한기연이 참여하지 않아 대통합을 이루지 못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의 시각을 가리기에 바빴다. 또 끈끈한 공동체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나됨’과 ‘걱정할 거 없다’를 연신 강조했다.

예상보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어찌됐든 닻을 올린 한교총은 공동대표회장에 전계헌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와 최기학 목사(예장 통합 총회장), 전명구 목사(기감 감독회장), 이영훈 목사(기하성 여의도 총회장)를 세우고, 상임회장에는 유충국 목사(예장 대신 총회장)를 비롯해 정서영 목사(예장 합동개혁 총회장), 안희묵 목사(기침 총회장), 신상범 목사(기성 총회장), 김상석 목사(예장 고신 총회장), 조광표 목사(예장 개혁 총회장), 김원교 목사(예성 총회장), 박삼열 목사(예장 합신 총회장), 정동균 목사(기하성 서대문 총회장), 김영희 목사(예장 합동중앙 총회장), 김영수 목사(나사렛 감독), 신조광 목사(그교협 총회장)을 각각 선임했다.

또한 소속 교단장 중 대표회장과 상임회장을 제외한 전원을 공동회장으로 세우고, 서기에 김진호 목사(기성 총무), 부서기에 조원희 목사(기침 총무), 회계에 구자우 목사(고신 총무), 부회계에 엄진용 목사(기하성 여의도 총무), 총무(비상임)에 변창배 목사(대변인 겸임•예장 통합 사무총장)와 이경욱 목사(대신 사무총장), 협동총무에 최우식 목사(예장 합동 총무), 박영근 목사(기감 총무), 이재형 목사(예장 개혁 총무), 정성엽 목사(예장 합신 총무)를 앉혔다.

이와 함께 한교총은 종교인 과세 정책에 따라 교단장회의가 마련한 TF팀의 활동을 지지키로 했으며, 평창동계올림픽 봉사단(전도단) 운영에 있어서 기감이 주관하되 공동으로 주최해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토록 후원키로 했다. 여기에 동성애 등 기독교가 당면한 사회문제에 대해 각종 대책위의 활동을 지원키로 하고, 재해지역 복구를 위한 구호 지원활동도 전개키로 했다.

한교총 사무실은 앞서 한기연과 통합이 추진되는 과정에선 기존 한기연 사무실이 있던 한국기독교연합회관 5층이 유력했으나, 불발됨에 따라 한국기독교회관 912호에 두기로 했다. 사무실 직원의 경우도 신임 대표회장단이 2-4명을 결정토록 위임했다.

이처럼 한교총이 비난을 감수하고 이름을 변경하고서라도 첫발을 내딛고, 임원조각을 마침에 따라 공은 하루 뒤인 6일 제7회 정기총회를 여는 한기연에게로 넘어갔다. 특히 한기연에서 한교총으로 둥지를 옮기는 교단들의 윤곽도 드러날 전망이다. 앞서 한교총이 가진 상임회장단 회의에서 한기총과 한교연 가입 교단 중 ‘7.7정관’이전 가입 교단은 별도의 심사 없이 회원으로 받기로 함에 따라, 아직 확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교단들의 선택이 다소 쉬워질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대통합이라는 기치를 내건 한교총이 결국에는 제4의 연합단체 출범에 그쳤다는 질타는 감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 당초 한기연 제1회 총회로 내걸린 걸개를 한교총 제1회 총회로 바꾼 뒤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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