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우리가 아는 영세 중립국은 스위스, 오스트리아, 라오스 등이다. 스위스는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1815년 빈 회의에서 중립국으로 인정받았고, 두 번째 중립국인 오스트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후 1955년에 연합국인 영국, 프랑스, 미국, 소련, 중국 등에 의해 중립국으로 인정받았고, 세번째 중립국은 1962년 제네바 회의에서 미국 영국, 소련, 프랑스, 중국 등의 승인을 받은 라오스이다.

중립국은 전쟁을 일으킬 수 없으며,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여하지도 못하고, 다른 나라와 군사동맹을 맺지도 못하며, 만일 외침이 있을 경우 자력으로 나라를 지켜야 한다. 대표적인 영세 중립국인 스위스는 이런 원칙에 입각하여 두차례의 세계 대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영세 중립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스위스의 노력은 처절하다. 스위스 모든 남성은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며 유사시 60만 이상의 대군을 즉각 편재할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최신무기로 군을 현대화하였으며, 유사시 모든 고속도로를 활주로로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했으며, 모든 다리에는 폭약이 설치되어 있고, 3년치 전쟁식량을 비축하고 있다. 각 가정에는 방공회 시설과 탄약비축이 의무화되어 있고, 바다가 없음에도 유사시를 대비하여 해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EU나 NATO에 가입하지 않고, 2002년에서야 UN에 가입하였다.

이렇게 영세 중립국, 그것도 스위스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일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균형자론, 즉 한반도를 둘러 싼 열강들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서지 않고 등거리 외교식으로 각 열강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겠다는 정말 그럴싸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만일 스위스식 영세 중립국이 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경우가 없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고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이런 역할을 자부하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역대 정권들이 모두 이런 구상을 가졌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것도 동북아의 세력균형에 우리가 지여할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아직 취임 일년도 안된 대통령의 입에서 우리나라의 무력함을 토로하기까지 하였겠는가!

전쟁없는 한반도를 열망하는 것이야 모두의 간절함이지만, 이는 결국 우리의 강력한 국력과 군사력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것을 지켜내겠다는 국민적 합의에 있다. 지금 우리의 분열된 국론과 정치적 환경으로는 이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곧 방중하는 문 대통령은 어설프게 한국의 운전자론을 거론하면 안된다. 얄미운 아베지만 철저하게 현실외교에서 국익을 챙기는 실리외교를 배워야 한다. 사드에 관하여 중국 스스로도 얼마나 억지를 부리는 가를 모를 리가 없지만 그들은 본토에 미치는 미군의 군사적 영향력을 막아야 한다.

여전히 핵으로 한반도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북한과 북한을 해양세력의 방패로 쓰려는 중국과, 어떻게든 본토를 위협하는 북핵을 제거해야 하는 미국과 일본의 압박에서 우리가 헤어날 길은 스위스처럼 강력한 군사력과 무장된 국민정신 밖에 없다. 비록 정치 군사적으로 영세중립국이 될 수 없다하여도 가히 주변 열강이 함부로 할 수 없는 군사력과 국민의식을 보유한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중립국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일부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안일함과 현실에 대한 무지함과 철지난 사회주의식 계급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의 행태로 인해 자칫 위험하고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이번 방중에서 중국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기대하면서 현 정부의 역량을 지켜보고자 한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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