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수 목사.

다사다난했던 2017년도 달력 한 장을 남기고 훌쩍 지나갔다. 한국사회로서는 촛불의 바람을 담아 국가의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이 바뀌었고, 한국교회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개혁과 갱신이 가득한 의미 있는 해였다. 저마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한해를 알차게 보냈다. 때로는 가슴을 저미는 슬픈 소식도 많았으며, 모두를 웃게 만든 기쁜 소식도 많았다. 그렇게 2017년 끝자락을 잡고 있다.

하지만 한 해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심정이 좀처럼 개운치 않다. 북한의 위협에 한반도는 긴장상태에 놓여있고, 비트코인 광풍에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자존감마저 흐트러트리고 있다. 여전히 남남갈등은 새로운 대한민국이 한 발을 내딛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종교개혁의 대미를 결국에는 하나 되지 못한 채 끝마치고 말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사회 전반이 온정을 잃어버린 채 매서운 한파처럼 차갑게 식어 있어, 소외된 이웃들의 겨울이 더욱 혹독할 것이라는 점이다.

거리에는 빨간 자선냄비가 이웃사랑 실천을 독려하고 있지만, 이영학 사건 등이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어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가뜩이나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소외된 이웃들을 향한 기부행렬이 줄어들어 버렸다. 정권이 바뀌어 희망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곤 있지만, 가야할 길은 멀어 보인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내가 아닌 우리가 되어 서로를 보듬어야 한다.

기독교의 공의는 약자를 보호하고 섬기는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차갑게 얼어붙은 이웃사랑 실천을 한국교회가 먼저 솔선수범해 이 땅에 다시 사랑이 흘러넘치도록 만들어야 한다. 교회성장을 위해 잠시 미뤄뒀던 나눔 실천을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교회 부흥 보다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것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더욱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나눔과 실천을 행동으로 옮김에 있어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본질을 되찾아 바닥에 곤두박질한 이미지를 끌어올려야 한다. 솔직히 한국교회의 대사회를 향한 이웃 섬김이 결코 적지 않다. 어떤 면에서도 양적인 차원에서 따져보면 그 어떠한 종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인식은 좋지 못하다. 말 그대로 한국교회를 향한 신뢰도와 호감도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말이다.

이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보여준 맘몬과 바벨에 길들여져 본질을 잃어버린 모습 때문이다. 오죽하면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교회를 걱정한다고 말하겠는가. 이처럼 문제가 심각함에도 이러한 기류를 단지 안티기독교의 장난(?) 쯤으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한국교회는 지금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존폐위기마저 위태롭다. 이 소중한 골든타임을 허송세월로 보낸다면 유럽교회들이 밟았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외형적인 성장주의에서 탈피해 진정 기독교의 본질을 되찾아야 할 때이다. 낮은 자의 심정으로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것은 가장 중요한 본질 중에 하나다. 모든 것을 뒤로 제쳐두고라도 이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도록 돕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생색내기가 아닌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골라내야 한다.

2017년 끝자락에, 기쁜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가 오신 뜻 깊은 날에, 한국교회도 새롭게 태어나길 기대한다. 온 세상에 따뜻한 온정의 향기가 풍기도록 한국교회가 섬김의 종교로 거듭나길 소망한다.

나사렛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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