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용화 목사.

세상이 갈수록 각박하다. 편의점주가 자신의 편의점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20원짜리 비닐봉지 2장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경찰에 절도 신고한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아르바이트생이 최저임금을 계산해달라고 요구하다가 편의점주와 다툼이 일어났고, 점주가 이튿날 비닐봉지 절도 혐의로 신고한 것.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아르바이트생은 일을 마친 뒤 과자를 사고 무심코 비닐봉지 2장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이 아르바이트생의 절도 혐의가 경미하고, 불법으로 취득하려는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했다.

온 누리가 행복하고 화평해야할 12월 끝자락을 잡고, 이 사회의 아픈 단면을 본 것 같아 먹먹하다. 여전히 갑과 을의 존재가 확연히 드러나는 사회다. 단돈 40원 때문에 19살의 어린 소녀를 경찰에 신고한 처사는 아무리 이해를 하려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일반적인 생각에선 설령 이 아르바이트생이 그것보다 더 많은 금액의 손해를 입혔다고 해도 그렇게 매정하게 처신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절도란 명목 아래 소녀에게 정신적 압박을 가한 것은 어떠한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어른으로서 체통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모든 것을 제쳐두고 당장 사과해야할 일이다. 그것이 어른의 역할이고, 가진 자들의 도리다.

한 영화의 대사를 보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제 아무리 멋지게 차려입고, 멋진 차를 끌고 다녀도 매너가 없으면, 인정받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랑의 관계에 있어서도 매너는 아주 중요하다. 내가 가진 것이 많다고, 혹은 높은 자리에 앉아 있다고 해서 상대방을 업신여기거나, 깔봐서는 안된다. 오히려 가진 것이 많을수록, 높은 자리에 앉아있을수록 겸손해야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만 믿고 거만하게 행동해서는 안된다. 누구보다 낮은 자세로 나보다 낮은 사람들을 섬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매너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12월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가진 자들의 횡포는 이 땅에 소외된 자들의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든다. 그들의 매서운 갑질은 을들의 가슴에 고드름처럼 차가운 비수로 돌아온다. 함박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것처럼, 한국사회에 낡고 병든 갑질의 문화가 모두 사라지길 바란다.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보듬어주지는 못할망정, 냉정하게 몰아붙이는 현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온 땅에 평화로 오신 예수님. 어느 날보다 온화하고 평화로운 성탄절을 맞이해 이 사회에 아픔은 사라지고, 사랑이 흘러넘치길 기대한다. 이 땅의 모든 가진 자들이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에 옮기는 은혜로운 성탄절이 되길 기도한다. 입으로만 사랑의 실천을 외치는 것이 아닌,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향기가 한반도 전체에 퍼지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누구보다 한국교회가 사랑의 종교로서 이 땅의 가장 소외된 이웃들에게 든든한 동반자로서 손을 내밀어 주길 바란다. 더 이상 맘몬과 바벨을 노래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가 걸었던 그 길을 묵묵히 뒤 따르는 선지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길 소망한다. 행동하는 한국교회가 되어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모두에게 빛을 비춰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등대가 되길 바란다.

2017년 전깃줄로 칭칭 동여맨 상업적인 성탄절이 아닌, 사랑으로 오신, 평화로 오신, 축복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진심으로 찬양하고 축하하는 성탄절이 되길 진심으로 원한다.

천안성문교회 담임•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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