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원자력 발전의 효용성과 위험성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들의 인식이 비슷할 것이다. 인류의 문화가 불의 문화라고 할 만큼 에너지는 우리 생활에서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이에 관한 정책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 결정에는 심각할 정도로 포기해야 할 것들과 힘겨울 정도로 안고 가야할 어려운 문제도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에너지 문제는 정답을 찾기보다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찾고 이를 수정 보완해 가는 매우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탈원전’이라는 계륵같은 주제를 안고 고민하고 있다. 상당한 량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나라로서, 그리고 에너지가 있어야만 수출이든 산업이든 먹고사는 일이 가능한 우리 입장에서 값싼 양질의 에너지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어 있다. 우리는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좁은 국토에 적은 인구로는 자체 생산과 소비가 불가능하고, 사 들여와서 가공해서 되팔아야 하는 나라의 에너지는 경제정책의 핵심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방안이 핵발전이었다. 그래서 지난 정권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원전을 지었고 그 덕분에 한국형 원자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핵발전의 위험을 인지한 지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에 대해 그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제시하는 새로운 에너지 정책의 과도한 비용은 모두의 근심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원전 전문가들과 정책 책임자들이 국가의 운명을 걸고 심도깊은 논의와 고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얼마전 이에 관한 논의를 비전문가들 그것도 무작위로 뽑아 의견수렴과정을 거친 적이 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가야 할 문제가 있다. 핵발전이 비록 위험하고 친환경적이지 못한 까닭에 어떻게든 대체 에너지 개발이 시급하기는 하지만, 원전 자체를 죄악시하고 이것을 정치적 이용물로 삼아 전 정권의 뒤를 캐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 자체가 매우 표풀리즘적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을 ‘국민적 합의’라는 명목으로 위험천만한 결과를 실천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필자는 탈원전을 주장하는 근본적인 동기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것을 정략적으로 정치적인 것으로 몰아가서 상대를 무너뜨리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9일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레이트(UAE)와 레바논을 방문하기 위해 중동으로 떠났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13일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정신이 없을 때인데 비서실장이 되지도 않는 이유를 가지고 다급히 아랍에밀레이트로 날아간 것이 지난 정부에서의 양국간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수주 과정에서 추측되는 의혹들을 추적하다가 촉발한 아랍에밀레이트의 분노를 달래러 갔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듣기 민망한 것이다. 옛 격언에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듯이, 정말 위험한 일이다.

우리 원전문제는 우리 문제로 끝내야 한다. 그리고 세계적 수준의 우리 원전기술은 마땅히 소중한 가치로 인정하고 국가적 자산으로 육성해야 한다. 비록 우리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그 원전기술을 버려서는 안되며, 원전을 원하는 나라에 대하여 유용한 수출 전략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비서실장의 급작스런 아랍에밀레이트 행이 여러 궁금증을 낳고 있지만, 미루어 짐작하는 이들은 다 알만한 일이기에 더 논하는 것 역시 국익에 부합하지 못하다. 정부는 국가정책과 국가자산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며, 자파 이익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를 쓰러뜨릴 수만 있다면 기꺼이 국익이라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지독한 적대감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불행하게 만들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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