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 형 목사

2018년 새해가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을 뒤로하고, 희망을 담은 붉은 태양이 솟아오른다. 올해는 어둠을 물리치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곳곳에서 흘러넘치는 뜻 깊은 해가 되길 소망한다.

사실 지난 한 해는 사회적으로나, 교회적으로 기대가 컸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한 해였다.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정권교체의 염원을 일궈냈지만, 국민 대통합이라는 측면에서 100점짜리 성적을 얻진 못했다. 안타깝게도 진보와 보수는 더욱 극명하게 나뉘어 서로의 입장을 내놓기에 바빴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안으로 갈기갈기 찢겨 아픔을 감수해야 했다.

여기에 후진국형 인재는 여전히 계속됐다. 낚시 배가 전복되어 소중한 생명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었으며, 최근에는 충북 제천에서 29명의 생명을 붉게 타오르는 화마가 집어삼켰다. 건설현장에서는 타워 크레인이 구부러져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갔으며, 힘겹게 살아가던 지하철 작업자가 비명횡사하기도 했다. 각각 장소만 달랐지,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사고를 막지 못해 귀한 생명을 잃어 버렸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아픔도 고통도 여전했다.

그렇게 2017년의 마지막 달력을 곱씹으며 씁쓸하게 넘겨야 했다. 비단 사회적 안타까움에 그치지 않고, 2017년은 한국교회에 있어서도 두고두고 회자될 씁쓸한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였다. 몇 해 전부터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할 정도로 한국교회로서는 학수고대한 해이기도 하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교회의 아픔을 말끔히 씻어낼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더불어 맘몬과 바벨에 길들여진 한국교회가 진심으로 회개와 각성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한국교회는 신기루처럼 잃어 버렸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리기 위한 각종 행사와 프로그램은 셀 수 없이 넘쳐났지만, 진정 하나 되고 회개와 각성을 통해 거듭나는 결과는 도출해 내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교회가 하나 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진 점은 땅을 치고 후회할 순간이기도 하다. 갈라져 있던 한기총과 한교연을 하나로 모으고, 여기에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단 하나의 한국교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대단했다.

하지만 의지와 달리, 결과가 좋지 못했다. 모두가 바라고 바랐던 하나 됨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또다시 분열의 쓴 잔을 마셔야 했다. 한국교회 스스로 절호의 찬스라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한국교회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낸 치욕의 해로 기억되고 말았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모두의 잘못이다. 서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만 쫓아야 했다.

이처럼 아쉬움만 남긴 2017년이었다. 그렇다고 주저앉아만 있을 수 없다. 후회보다는 희망의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한다. 2018년 올해는 새로운 정권이 시험대에 오르는 해이자, 종교개혁 500주년을 넘어 첫발을 내딛는 의미 있는 해이기도 하다.

그 의미를 살려 진심으로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가는 단초를 놓아야 한다. 국민이 중심에 서고, 진보와 보수 모두가 어우러져 하나의 대한민국의 기치를 높여야 한다.

분열과 갈등의 아이콘인 한국교회도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잡히지 말고,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개인의 영달만 쫓지 말고,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사랑의 종교로 도약해야 한다. 한 해의 마지막을 후회로 가득하게 만들지 말고, 2018년 1월 첫발을 내딛으며 차근차근 노력해 모두가 주인공인 뜻 깊은 해가 되길 바란다.

예장 합신 증경총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