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누가복음 1장을 읽으면서 언제나 읽는 말씀인데 새삼스럽게 진한 감동을 받은 장면이 있다. 천사가 나사렛이라는 작은 촌에 사는 처녀 마리아를 찾아가서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눅1:28)라고 말씀을 전하는 광경에서 온 몸이 뜨거워지는 감동이 나를 휘어 감음을 경험했다.

크고 영화로우신 하나님, 온 우주에 충만하신 하나님이 유대 땅의 유명한 도성 예루살렘도 아니고, 갈릴리 해변가의 중심도시 가버나움도 아닌 깊은 산골 나사렛 작은 촌에 살고 있는 평범하다 못해 보잘 것도 없을 한 처녀에게 “내가 너와 함께 한다. 평안할지어다.”라고 말씀하셨다는 사실이 나를 감당할 수 없도록 뜨겁게 한다.

당시 나사렛의 소녀 마리아는 그렇게 화려한 인물일 수가 없다. 그가 천사 가브리엘을 처음 만났을 때, 자기 자신을 일컬어 ‘비천한 계집’이라고 말한 것은 겸손의 표현이라기보다 오히려 진실한 사실적 표현이라고 여긴다.

동네 사람에게조차 그 존재가 인상적일 수 없는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시골 소녀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욱이 나사렛은 유대나라 마을 중 가장 보잘 것 없는 동네라고 공공연히 성경에 기록하고 있다. 예수님 역시 나사렛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얼마나 멸시와 불신을 당했는지는 우리가 잘 아는 바이다.

스스로 비천한 여인을 존귀하신 하나님께서 눈 여겨 주목해보시고, “은혜를 받은 자(마리아)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신다.”고 하신 말씀은 말로 설명할 수 없도록 엄청난 감동을 준다.

은혜의 파격 성을 여기서 발견한다. 마리아에게 임한 은혜가 바로 이런 파격적인 은혜가 아니고 무엇인가?
새뮤얼 스톰스(C. Samuel Storms .텍사스대학교. 교수. 목사)는 이런 은혜의 파격적 성격을 잘 설명한다. “은혜란 당신의 공로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요, 당신의 무공로로 잃어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만일 당신의 선함과 자랑할 만한 것을 따라 하나님께서 무언가를 주신다면 그것이 구원이든, 건강이든, 장수든, 부귀든 간에 은혜일 수 없습니다. 은혜는 잘못을 따지지 않고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독일의 유명한 설교자요 신학자인 헬무트 틸리케(Helmut Thielicke, 1908-1986. 함부르크대학교 총장)도 이 은혜를 파격성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우리에게 성탄이 말하는 것은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하나님이 찾아오신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성탄의 메시지다. 그리고 모든 것이 절망의 순간에 이른 바로 그 순간에도 하나님의 기회는 시작된다는 것이다".

내가 하나님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요, 하나님께서 나를 찾아오신다는 사실에서 은혜를 은혜로 발견한다. 그리고 온천지가 캄캄해 보여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의 순간에도 하나님께서 나를 찾으시며, 나를 통해서 놀라운 일을 행하신다는 사실이 오늘 내게 주께서 주시는 강력한 성탄의 메시지이다.

하지만 험한 인생사의 파고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망망대해와도 같은 고해의 세상을 살다 보면,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믿음을 굳게 붙잡고, 끝까지 지탱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때로는 하나님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버릴 만큼 고독하고, 두렵고, 절박한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한 동안 하나님의 뜻을 놓치고, 알지 못해 대책 없이 헤매기도 하지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고통 뒤에는 반드시 선한 뜻이 있음을 믿어야 한다. 이것이 예수 믿는 사람이 세상 사람과 다른 차이다.

비록 오늘 밤에는 나와 우리 가정에 아픔으로 울음이 머물러 있을 지라도 내일 아침에는 주께서 예비하시고, 주신 기쁨이 찾아오도록 하실 것이다.

혹 지금은 눈물로 씨를 뿌리는 고난의 길을 걷고 있을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불원간에 기쁨으로 알곡의 단을 거두는 날이 올 것이다. 다른 말, 다른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주님이 주신 약속이 그렇다.

따라서 ‘하나님은 이 고난을 통해서 나를 복 주실 것이고, 영광을 받으실 것’이라고 쉼 없이 믿음의 고백을 드리고, 주의 영광을 사모하라. 그러면 하나님께서 그 믿음대로 응답해 주실 것이 분명하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주의 복이 우리의 삶을 통해서 확연히 드러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왕으로 오신 예수 성탄의 메시지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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