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재 성 교수

이런 것들은 모두 다 신부만 시행하는 것이기에, 다른 일들은 저속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일하고 있으면, 그 사람은 거룩한 사람이다. 귀족들은 서민들을 보호하고 외부의 공격에서 지켜주어야 한다. 로마가톨릭이 훔쳐간 권세를 다시 찾아와서 순전한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일에 앞장 서야 한다고 루터는 촉구했다.

루터는 로마 교회가 도저히 교정될 수 없는 집단이어서 자신의 결별은 돌이킬 수 없다고 선언했다. 상하구조로 된 로마 교회의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평신도 귀족들이 개혁에 앞장 서 줄 것을 호소했다. 1519년 막시밀리언 황제를 승계한 챨스 5세, 군주들, 기사들, 귀족들, 도시의 지도자들에게 영적인 무기를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

세속 권세를 조종하려고 하는 로마 교황청의 3대 오류를 지적하였다.

첫째, 영적인 검이 세상의 일시적인 검보다 더 우월하므로 세속 권세자들이 영적인 지도자들에 대해서 판결할 권한이 없다는 것은 오류이다.

둘째, 오직 교황만이 성경을 해석할 권한을 가졌다는 것은 잘못된 조항이다.

셋째, 오직 교황만이 종교회의를 소집하고 주관한다는 것도 왜곡된 조항이다.

여기서 루터는 독일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매우 호소력 있는 제안을 내놓았는데, 만인제사장설이라고 알려진 매우 중요한 신학사상을 발표하였다. 모든 기독교인들은 하나의 기준에 속해 있으니, 하나님의 은총 아래서 살아가는 구속받은 죄인들이라고 하는 신분 상태이다. 성직자가 평신도보다 영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것은 성경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세속적인 일에 종사하든지 혹은 공무적인 일을 하든지 간에, 평신도보다 성직자가 더 높다고 말할 수 없다. 기독교인들은 직분과 직책만 달라서 서로 다른 기능을 감당하고 있을 뿐이며, 신앙적인 의미에서 그들 사이에 질적인 차이점은 없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나 평신도 대표격인 장로들은 자신들이 마치 더 위대하고 더 높은 영적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강단에서 호통을 치는 목회자들은 오직 하나님에 대한 열정에서 성경의 가르침을 전파할 뿐이다. 결코, 강단 위에서 설교하는 사람이 더 훌륭하다거나 더 거룩한 사람이라고 높여줄 이유는 없다. 신학수학을 했다고 해서, 지식이 넓은 것이지 그 사람 자체가 특별한 존재라고 할 수는 없다. 교단의 총회장이나, 기독교 단체의 총재 혹은 이사장들이나, 신학대학의 교수진들이나, 선교단체의 설립자들이라 하더라도, 루터의 만인제사장설에 대해서 귀 기울여야할 것이다.

5. 『교회의 바벨로니아 유수』

『교회의 바벨로니아 유수』라는 논문은 신학자들을 위해서 라틴어로 작성된 것이다. 영적인 이스라엘에 대해서 로마 바빌로니아가 폭정을 휘두르고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이 논문에서 루터는 지금 예수 그리스도는 어떻게 무엇을 하고 계신가를 반문한다.

그분은 무엇을 하고 계시며, 지금 우리는 그분을 어떻게 갖게 되는가? 믿음으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믿음으로 그분의 몸과 피를 받으며, 성만찬에 참여한다.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서 13세기에 정립된 7성례는 가장 비성경적인 은혜 주입설을 정착시켰다. 로마가톨릭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성례주의를 반복적으로 집행해 왔으나, 루터의 반론에 의해서 재정립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임직식, 결혼식, 장례식, 견신예식 등은 은혜의 수단들이 아니라고 루터는 확신했다.
 
<계속>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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