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사금(砂金) 캐는 모습을 본 일이 있다. 금이 섞인 모래흙을 나무함지박에 담아 계속 물로 체질하면서 모래와 흙을 흘려 내린다. 마지막까지 체질하고 나면 함지박 바닥에 반짝반짝 빛나는 소량의 금가루가 남는다. 그걸 모아서 녹이면 작은 금괴가 된다. 금 섞인 모래흙을 흔들어 물로 흘려보내지 않으면 금을 얻을 수 없다.
히브리서는, 하나님께서는 “땅을 진동시키시고” “하늘도 진동시키시는 분”(히 12:25-29)라고 한다. 만물을 끊임없이 새롭게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을 증언하는 말이다.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들이 폐하리라”(고전 13:10). 세상은 허상으로 가득하다. 근원이 아닌 것들이 근원인 것처럼 행세하고, 본질이 아닌 것들이 본질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수시로 땅과 하늘을 흔들어 진동시키신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물질세계는 흔들려 진동하지 않으면 굳어지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강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어서 악취가 난다. 공기도 흐르지 않으면 혼탁해진다. 인간의 삶도 끊임없이 흔들리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생각도 굳어진다. 이따금씩 흔들려서 뿌리째 뽑히지 않으면 세상은 정체된다. 새로운 세계는 열리지 않는다.
이런 인간을 가장 잘 묘사한 시가 있다. “인간은 견습공이고, 고통은 그의 주인이다. / 그리고 그 누구도 고통을 받을 때까지는 자신을 모른다. / 이것은 참기 어려운 법칙이지만, 최고의 법칙이다. / 이 법칙은 우리가 불행의 세례를 받고 / 슬픔 값을 다 치른 후에 사야만 하는 / 운명이다.”(알프레드 드 뮈세 / Alfred de Musset) 인간은 고통 가운데서 밑바닥까지 흔들려야만 비로소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물론 세상이 진동하고 인생들이 흔들릴 때는 진통이 따른다. 믿었던 것들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에 된다. 그러나 진통 없이 새로운 창조는 이뤄지지 않는다. 주의하자. 진통을 겪을 때 퇴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진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을 비관하고, 낙심하고, 원망하고,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세상을 긍정하고, 진통을 오히려 기회로 삼는 이들이 있다. 새해를 맞이했다. 모두가 진통 가운데서 퇴행하는 사람이 아닌 전진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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