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한국에서 태어나고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며, 음지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아동이 2만여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이들은 부모가 불법체류자로서 출생신고를 못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들은 무국적자라 학교도 가지 못한다. 물론 의료보험 등의 사회적 혜택도 받지를 못한다.

그렇다고 부모의 나라로 갈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부모는 불법체류를 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많은 돈을 브로커에게 주고 왔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참고 견뎌야 한다. 그렇다보니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서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어서 이렇게 고통을 받는단 말인가.

텔레비전에 비쳐진 사랑이의 이야기는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아니 자식을 낳아 기르는 부모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호적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돈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애기를 낳기 위해 한때 비난을 받으면서라도 미국에 간적이 있다. 그것은 한국보다 생활여건이 좋은 미국시민권을 자식의 손에 쥐어 주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그들을 비난했다. 텔레비전에 비쳐진 사랑이의 이야기는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사랑이는 친구들이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재미나는 놀이를 하는 시간에 혼자 소꿉장난을 하며, 노는 모습을 본 이 땅의 부모들은 죄인이 되어버렸다. 사랑이의 소원은 또래 아이들처럼 유치원에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랑이는 대한민국의 어린이가 아니라, 이방인 아니 무국적자이기 때문에 유치원에도 갈 수 없다. 병원에도 못 간다. 그렇다고 국제학교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말 그대로 무국적자이다.

사랑이 엄마는 6년 전 한국으로 시집온 직후 남편의 일방적인 결혼취소로 불법체류자가 됐다. 청주외국인보호소에 수감돼 강제 출국 될 처지에 놓였다. 사랑이 엄마는 오늘도 사랑이를 걱정한다. 그렇다면 사랑이의 아빠는 누구인가.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가. 그렇다 대한민국의 남자가 외국에 다니면서, 외국인 여성과의 사이에 낳은 자식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는가.

사랑이 엄마는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이만을 보고 열심히 일을 했다. 열심히 살았다. 외국인보호소에 있는 관계로 사랑하는 딸을 볼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모두가 똑 같다. 호적법이 고쳐지지 않는 한 사랑이와 같은 아이는 계속해서 늘어 날 것이다.

사랑이 엄마와 같이 국제결혼을 해서 한국에 왔다가 결혼관계가 깨져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인구가 매년 3천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주여성을 상대로 한 혼인 무효와 취소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법의 맹점을 철저하게 이용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한국말을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인 여성들은 연고도, 친척도 없어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처지가 안 된다. 본인 혼인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알기도 힘들다. 알더라도 그 불복하는 절차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2만여명의 미등록 이주아동들이 대한민국의 어린이로서, 사람대접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것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니겠는가.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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