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이 기독교인들을 대할 때 느끼는 공통된 감정은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예배당 안에서는 잘못을 회개하고 세상에 나와서는 혼자 깨끗한 척하며 양심에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은밀하게 불법과 탈법을 저질러가며 번 돈으로 교회에 헌금을 많이 해 축복을 받았다고 자랑하지만 오히려 세상에는 기독교인들보다 더 정직하고 깨끗한 사람이 많다고 그들은 말한다.

한국 기독교가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냄새나고 부패한 존재로 부각되게 된 것은 순전히 기독교인들이 고의로 저질러온 자범죄 때문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기독교만큼 사회봉사와 구제를 많이 하는 종교도 없는데 일부 무자격 목사들의 부도덕한 탈선이 한국교회 전체를 욕 먹인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런데 그런 항변을 한다는 자체가 아직도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가 아닐까 한다.
지난 1월 30일 예정되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회는 법원이 대표회장 선거 실시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선거가 무산되었다. 지난번 이영훈 목사가 대표회장 직무정지를 당한 후 정신을 차리고 바로 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한기총은 이번에 또 다시 얼렁뚱땅 선거를 치르려다 “선거실시 금지 가처분”이라는 세상 판결에 급제동이 걸리는 수모를 겪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는 검찰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지난 29일 한 여검사가 방송에 나와 자신이 8년 전 검찰 고위 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파문이 확산되었다. 이 여검사는 당사자로 지목한 안 모 검사가 최근에 기독교에 귀의해 회개하고 구원받았다고 간증하고 다닌다는 데 정작 자신에게는 사과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기독교인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 후 안 모 검사가 모 교회에서 한 간증집회를 하는 영상이 SNS를 통해 공개됐는데 이 영상에서 안 모 검사는 “공직을 억울하게 그만둔 후 극심한 고통을 느껴왔으나 지금은 믿음으로 극복하고 매일 기도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그가 기독교 신앙으로 지난 과오를 뼈저리게 뉘우치고 새사람이 되었는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세상 사람들은 그가 ‘돈봉투 만찬사건’에 연루돼 억울하게 옷을 벗었다는 것을 자신의 신앙에 이입시켜 우군이라고 생각하는 교인들에게 강변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려웠다.

한국교회와 한국교회에 속한 1천만 기독교인들 중에는 예수를 믿는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때로 세상으로부터 억울한 처우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바로 여검사 성폭행 당사자로 지목을 받은 그 검사처럼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세상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은 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함이다”라는 착각과 논리의 왜곡에 빠져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 오늘 한국 기독교의 현주소일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의 원인은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도, 세상 앞에서도 정직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장로 전직 대통령의 경우처럼 세상의 손가락질을 의로운 결단으로 둔갑시켜 스스로를 다독이고 위로하는데 익숙해지다 보니 세상 뿐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점점 더 고립되고 마는 것이다.
예수님은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마5:23,24)고 말씀하셨다. 이는 마음뿐 아니라 행동으로 정직을 보이라는 주님의 명령인 것이다.

오늘로 본지가 지령 200호를 맞았다. 어려운 교계언론의 현실에서 오늘에 이른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요 독자 여러분의 기도와 성원 덕분이기에 모든 영광과 감사를 주님께 돌린다. 본지가 가는 길이 항상 바르고, 본지가 펴는 생각이 항상 옳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바르고 정직한 논조로 늘 깨어 한국기독교를 바로 세우는데 일조할 것을 감히 다짐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