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설날과 추석 두 명절을 지내고, 스트레스와 갈등, 신체적 이상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를 ‘명절 증후군’이라고 말한다. 이로 인해 정신질환 또는 이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실 명절을 지내면서 주부들은 개인의 인격과 가치관, 사생활 등의 침해를 받는다. 형제간의 다툼은 물론, 형제간에 남남으로 살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마디로 명절이 가족 모두가 모여 축제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권위주의가 드러나고, 남존여비 등의 차별의식이 드러난다. 이러한 현상은 유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웃나라인 중국과 대만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명절증후군’이 있다는 사실.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여성들은 몸부림을 쳐 왔으며, 여성 자기해방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명절을 가족 단위로 보낸다. 친척들을 부르는 경우는 적다. 때문에 서양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서구권에서도 가정에 따라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 등의 명절, 결혼식 때 친척들이 모인다. 이 때 가족 간에 벌어지는 갈등은 동양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유교를 가치로 생각하는 동양과는 좀 덜 한 것은 분명하다. 서양의 국가들은 동양보다 100년 앞서 여성들이 자기해방운동을 벌였다.

특히 문명의 발달은 ‘명절증후군’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오늘 대가족제도에서 소가족제도로 변화되면서, 가족은 이기주의를 낳았고, 가족 집단주의를 낳았다. 과거 우리민족은 명절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족의 화목을 과시했다. 하지만 가족제도가 소가족제도로 변화되면서, 부모, 형제, 이웃도 없어졌다. 모이면 가족 간에 갈등을 일으키고, 재산을 둘러싸고 다툼이 일어난다. 이처럼 명절증후군으로 인해 부부간,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인해가족이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고, 해체되고 있다.

이밖에도 가족외에도 친척과 겪는 갈등도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친척이나 시부모 혹은 친부모 등이 집에서 묵고 가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서양이나, 동양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기성세대들의 피해의식과 고정관념 때문에 생기는 젊은 세대의 스트레스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친척들이나 서로 떨어져 사는 부모 형제 등은 명목상 가족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족이라고 여기지 않는 집단과 억지로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자주 보지 않던 어른이나 생소한 사람을 만나 어색하고 거부감이 드는 것이나, 이 생소한 사람들이 가족이랍시고 조언을 하며 은근히 타인을 깔아뭉개며 자신의 우월함을 자랑하려 드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에서만 유독 크게 체감되는 건, 민족대이동 수준으로 필수적으로 고향에 찾아가는 경우가 두 나라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제사라는 전통 의식 사이에 낀 가족 행사라는 목적 그 자체와 함께, 세대가 다른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틀 안에 강제로 모이게 되면서 생기는 가치관의 충돌이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상명하복, 내리갈굼 형태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가치관 충돌과 기성세대들의 자기들의 가치관을 강요해서 서로 피곤하게 만들거나 심하면 주먹다짐이 오고 가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요즈음 급격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정치나 돈 이야기 등으로 감정이 상하는 일은 많았고, 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전체적으로 내수가 침체되어 취직과 육아, 출산, 결혼 등이 어려워지면서, 이러한 사생활 문제가 갈등의 주 원인이 되어 왔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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