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장면1 : 아버지가 아파트 경비원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리는 고등학생이 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아파트 주민이 선물로 준 것이라며 치약을 잔뜩 가져왔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아버지가 받아온 치약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한 유해물질과 동일한 성분이 들어 있어 식약처로부터 폐기처분된 것이었다. 학생은 그런 치약을 선물이랍시고 받을 때 고맙다며 연신 머리를 주억거렸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여간 마음이 아픈 게 아니었다.

#장면2 : 강남의 어느 아파트 단지. 최저임금이 올라 아파트 경비원들의 급여를 올리려면 가구당 평균 7천 원 정도 관리비를 더 내야 했다. 주민들은 관리비를 더 내는 대신 경비원 모두를 해고했다. 그리고 아파트 관리 업무를 용역회사에 넘겼다. (반면에 울산의 어느 아파트단지도 경비원들의 임금을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려야 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이 고마운 분들이라며 가구당 관리비를 8천 원 정도 더 내기로 했다.)

#장면3 : 국내 대학들도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할 수 없게 되자 굴지의 대학들이 머리를 짜냈다. 청소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아르바이트 학생들로 채웠다. 개중에는 기독교계 대학들도 상당수이다. 어느 대학은 올린만큼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올린 액수만큼의 청소노동자들을 해고했다. 해고 노동자는 직장을 잃었지만, 다행히 해고를 면한 노동자들은 해고된 동료의 몫까지 하게 되었다.

한국의 경제 규모가 명색이 세계 10위권이지만 밑바닥 노동자를 보는 시각은 ‘치약선물’처럼 고약하다. 대한민국의 경제주제들은 경제개발 초기부터 오늘날까지 일관되게 저임금 구조로 의식화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민의 희생으로, 노동자의 희생으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로, 원청기업의 하청기업 착취로, 여기에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구조가 여전하다. 주택재개발 명분으로 서민들의 주거지를 빼앗아 아파트부자 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고. 경제 주체들은 이런 착취구조에 익숙해져서 조금만 임금이 올라도 마치 나라 경제가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이다. 이들과 상부상조하는 보수언론들은 연일 최저임금 너무 올라 자영업자 다 망하고, 기업은 해외로 떠나고, 그나마 청년들 일자리마저 사라진다고 연일 나팔을 불어댄다. 그러면서도 자기들이 받는 고임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다. 이래서야 어떻게 사람 사는 세상 되겠는가.

삼일교회 담임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