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보수연합기관이라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4개월 대표회장 체제로 체면을 구겼던 지난 회기를 반복할 지경에 처했다. 제24대 대표회장 선거가 앞서 1월 30일 치러지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7일 속회총회에서 선거를 치러도 자칫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이 또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우는 법원이 김노아 목사측에서 제기한 ‘한기총 제24대 대표회장 선거에서 엄기호 목사를 후보로 등록해 선거절차를 진행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효력정지 가처분(2018카합20245)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도, “하자 있는 선거에 대해 그 효력이 없음을 주장하는 당사자는 본안소송에 의해 그 선거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가능함은 물론 가처분으로 그 선거의 효력정지나 선거로 선출된 사람의 직무집행정지를 구할 수도 있는 사후적인 권리구제방법이 마련되어 있지만”이라고 판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결국 27일 속회총회서 엄기호 목사가 대표회장에 당선됐다고 하더라도, 재판부가 후일 사건 선거의 효력 자체에 대해 다툴 여지도 있는 것으로 봤기에,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이 기정사실화 되어 한기총은 또다시 식물상태에 빠질 공산이 커졌다.

이를 두고 불똥은 한기총 선관위로 튀고 있다. 이미 1월 30일 제29회 정기총회를 정회하게 만든 책임에 이어, 1차 때 서류 미비로 후보자격을 박탈당했던 엄기호 목사를 패자부활전처럼 재차 후보로 만들어 또다시 한기총을 법적 다툼의 격랑 속으로 넣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선관위가 선거관리규정대로 일정을 진행했으면 무리가 따르지 않았을 것을, 스스로 잣대를 들이대 정의롭게(?) 대표회장을 뽑으려 해 사태를 키웠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는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논란의 중심에 선 선관위가 현 체제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한기총 위상 제고에 과연 옳은 결정인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대표회장 선거가 끝나면 자동으로 해체되는 선관위가 대표회장을 우선 뽑아놓고, 후일은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의 광폭행보는 멈추지 않고 있다.

아울러 현 한기총의 선거관련 모호한 정관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기존의 회원권 문제를 비롯해 언제든지 법적 다툼이 일어날지 모르는 조항들을 시급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전광훈 목사의 후보자격 논란으로 선거실시금지 가처분을 제기해 법원이 인용해 1월 30일 선거가 결국 치러지지 못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배 밭에 가면 갓끈을 고쳐 매지 말고, 외밭에 가면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마라”는 말처럼, 의도는 어찌됐든 선관위의 결정이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따라서 선관위가 예고한 27일 속회총회 직전까지 한기총 차기 대표회장 선거는 또다시 각종 네거티브 전략에 진흙탕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속회총회서 대표회장을 선출한다고 해도 지난해 이영훈 목사가 대표회장 직무정지를 당해 급기야 4개월짜리 대표회장을 뽑았던 전철을 그대로 밟은 가능성도 있다. 이에 교회협, 한기연, 한교총이 있는 마당에 계속해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한기총을 이제는 해체할 때가 됐다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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