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2일, 한국·호주·인도네시아 교회들과 인도네시아 시타날라 한센인들이 편견을 넘어 함께 세상 밖으로 소풍을 떠난다. 소풍을 위해 연합하는 한국, 인도네시아 사람들.

전 세계 1,600만 명의 평범한 일상을 빼앗아 가버린 한센병.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213,899명의 새로운 한센병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94%는 13개국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한센병은 나균에 의해 감염되는 만성감염질환으로 의료진의 관리 하에 적절한 치료가 제공되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이들의 사정은 다르다. 문제는 질병의 고통보다 편견의 아픔이 더 크다. 이에 한국과 호주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교회와 기관, 성도들이 연합해 인도네시아 시타날라의 한센인들과 함께 오는 4월 12일 자카르타 안쫄 유원지로 특별한 소풍을 떠난다.

한국기독교한센인선교회(회장 이광섭 목사)와 사단법인 국제의료봉사회(대표 현옥철 목사)는 인생 여정 중, 한센병이라는 강도를 만난 인도네시아 시타날라의 한센인들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이웃으로 품고 함께 자라가는 특별한 여행 ‘소풍, 세상 밖으로’를 준비 중에 있다. 더불어 한국과 호주, 인도네시아의 교회·선교단체·신학교·언론기관도 연합해 시타날라의 350여명 한센인들과 함께 떠나는 풍성한 소풍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에 국제의료봉사회 현옥철 대표는 “한센병이 불치병이나 천형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완치 가능한 질병”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한센인들이 병에 대한 무지와 오해, 무엇보다 사회가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부여한 편견으로 치료 받을 기회마저 차단당한 채 불필요한 격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다양한 종류의 차별과 이로 인한 기회의 상실로 가난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한센인들이 이런 불의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진 외부인들의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70~80년대 한국교회 한센인 선교의 최전선을 담당했던 한국기독교한센인선교회의 이광섭 회장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일상에서 복음을 살아내는 선교적 삶을 통해 한국이 한센병 퇴치의 열매를 누리게 되었던 하나님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전 세계 1,600만 명의 한센인들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온전한 회복에 이르도록 교회와 성도가 사랑 안에서 ‘이 때 함께 일어나’ 빛을 발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현옥철 대표와 이광섭 회장의 바람대로 세상이 외면한 이웃 한센인들과 우정을 나누며 예수님의 마음에 더 가까이 가고자하는 교회와 기관, 개인들이 손을 내밀었다. 특히 인도네시아 한인 교회들도 사랑과 헌신으로 뜻에 동참했다.

고립되어 마땅한 도움을 구할 수도 없는 시타날라 마을로 들어가 소리 없이 10년간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땅그랑 교민교회(담임 김재봉 목사)의 섬김의 본을 필두로 늘푸른교회(담임 김신섭 목사), 자카르타 한마음교회(담임 고형돈 목사)가 소풍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자카르타와 땅그랑 한인목회자연합회, 웨슬리 신학교 교수진 및 신학생들의 동참과 섬김도 논의 중이다.

▲ 한국의료팀의 진료를 대기 중인 한센인들.

인도네시아 시타날라 지역은 1,00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한센환자는 300명가량이다. 이 지역은 큰 마을이 몇 개의 부락으로 다시 나뉘어져 있으며, 이 가운데 극빈자에 해당하는 한센인들은 가장 열악한 곳에 모여 산다. 인도네시아 정부에서조차 한센인들이 한센병으로부터 완치되었다고 여겨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동이나 기타 관련 시설들을 폐쇄한 상태다. 시타날라 마을 입구에 있는 시타날라 병원의 경우도 처음에는 한센인들을 위한 무료진료를 실시했지만, 현재는 영리 추구의 목적이 강화되면서 한센인 치료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정부의 의료적인 도움이나 복지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어있는 한센인들은 자구책을 마련해 생계를 이어가지만, 생산성과 지속성이 담보된 노동보다는 더러운 거리나 위험한 도로상에서의 구걸 등으로 위태로운 하루를 보낸다. 구걸 외에 다른 생활의 방도가 없는 한센인들 중 일부는 치료 대신 병증이 있는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이에 봉사회는 “한센병의 퇴치는 분명 국제사회, 각국 정부, 공공기관 및 민간단체 그리고 전문가들의 공조를 필요로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당사자인 한센인들의 주도적인 참여가 관건”이라며, “오랜 시간, 깨어진 마음과 부서진 몸으로 힘겹게 살아온 한센인들이 회복을 소망하는 일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한센인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친구로, 가족으로 품는 ‘사랑’이 부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센인과 한센병에 관한 오해와 배척, 차별은 실재하는 역사, 현재다. 그 책임을 교회가 먼저 통감하고 이로 인한 아픔을 어루만져 새 살이 돋게 하는 일에 교회의 사명이 있음을 발견하자”며, “언제든지 별다른 조건 없이 누구라도 돌아올 수 있는 공동체, 차마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탕자를 향해 제일 먼저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는 아버지의 집!(눅 15:20) 그 일이 인도네시아의 교회, 호주의 교회, 한국의 교회, 나아가 열방의 모든 교회에서 다시 일어나길 원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봉사회는 이 땅의 교회들이 한센인 공동체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연약한 이들을 향해 하나님의 긍휼을 품고 다가가 슬픔과 절망의 세상 밖으로 함께 소풍을 떠나는 하나님 나라의 예표로 세워져가길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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