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참 사랑이 무엇인지 알기 쉽게 형상화 한다. 처음 1-3절에서는 방언하는 능력, 예언하는 능력, 산을 옳길 만한 괴력, 세상 비밀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초능력 등을 말한다. 모든 종교가 나름으로 지니고 싶어 하는 능력들이다. 하지만 바울은 사람이 비록 이런 능력들을 지녔다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로 치부한다. 다음 4-7절에서는 “사랑은 …가 아니다”의 부정사를 통해 사랑을 보다 깊게 반추케 한다. 그리고 마지막 8-13절에서는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다”고 사랑의 온전성을 말한다. 다른 모든 것이 사라질지라도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앞의 것들은 모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가 지닌 위력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말한 것인 반면, 뒤의 믿음 희망 사랑은 모두 하나님 자신을 지향한다.

‘믿음’은 사람이 지닐 수 있는 성령의 다른 은사들(방언, 입신, 투시력, 지력, 용기, 치병의 능력 등)과 구분된다. 믿음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영원한 표징이다. 또한 믿음은 사람이 하나님을 인식하는 통로이다. 그리하여 바울은 “믿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면 다 죄가 된다”(롬 14:23)고 하였다. ‘희망’은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 안에서 발견하는 내일이다. 때문에 희망은 필연적으로 인내를 요구한다. 희망 없이는 내일을 확신할 수 없고, 내일을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은 인내를 못한다. ‘사랑’은 하나님 자신의 본성이고 존재양식이다.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자식을 극진히 사랑하고 돌보는 여성을 ‘어머니’ 라고 한다. 때문에 ‘어머니’라는 말은 ‘여자’ 혹은 ‘여성’이라는 말과는 다른 의미를 함유한다. 자식이 어머니를 사랑하기 이전에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했듯이, 우리가 먼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신 것이다(요일 4:19).

바울에 의하면 사랑은 하나님에게서 나온 것이다. 그리하여 사랑은 그리스도인이 실천해야 할 하나의 ‘덕목’이 아닌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는 존재양식이다. ‘나’ 안에서 사랑이 완성되는 날 ‘나’는 온전히 새사람이 된다. 또한 저마다 자기 빛을 드러내고자 하는 세상 것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사랑이신 하나님께서 영화로운 광채를 드러내실 때 세상은 온전해진다.

삼일교회 담임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