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의 균형인 것을

수술 1 주 만에 첫 상차림은 미음 차원의 맨 죽
살기위해 굶었다가 살기위해 먹는 이율배반
삶이란 게 모순도 되고 합리도 되는 상반의 균형인 것을

*상반(相反)의 (均衡) : 아이러니를 우리말로 풀이한 서로 어긋나면서도 합리가 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 
- 『조선문학』18년  1월호에서 발췌

▲ 정 재 영 장로
어화당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박진환 교수의 아호다. 

 예시는 박 시인이 주창하여 만든 풍시조라는 이름의 새로운 형식의 시다. 시조(時調)가 아닌 현대시로, 그 뜻은 풍자조(諷刺調)의 시(詩)라는 말이다. 형식상으로 25자 정도의 3행을 가지며, 앞 글자 대신 마지막 글자를 맞춘다. 

 풍자를 위해서는 비꼬는 역설이나 아이러니를 많이 차용한다. 예를 든다면 ‘잘 먹고 잘 살아라’는 말은 축복이 아닌 힐난의 말인 것처럼, 원래 언어가 가진 일차적인 의미와 달리 정반대의 의미의 뜻을 가진다.  

 예시 내용은 수술 후 처음 나오는 식사를 통해 인생의 보편적 이치의 철학적 담론을 말하고 있다. 수술을 위해 금식한 후에 나온 죽(粥)을 보면서, 굶고 먹는 일이 살기 위함의 먹는 일과 동일한 것을 깨닫고 있다. 일반적으로 굶으면 죽는다. 반대로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그러나 수술하여 살기 위해서는 굶기도 하여야 한다. 이처럼 먹거나 굶는 일은 바로 살기 위함이라는 동일한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것을 진술하고 있다. 이처럼 이율배반 또는 모순과 같은 행위는 역설적인 해석에 의해 합리적 논리라는 것이다. 즉 이질적인 요소가 가지는 상반의 합리성을 강조함으로 다양한 진리를 말하고 있다. 모순이라는 말 속에는 합리라는 반대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딱히 식사의 경우만이 아니다. 성경에서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는 말이나 ‘핍박 받는 자가 복이 있다’는 말이나  ‘죽어야 산다’는 말을 실천하신 예수님의 생애가 그 진리의 확실성을 극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손해를 봐야 이익을 본다는 지, 지는 것이 이기는 일이라는 수태 들어온 말처럼, 십자가(死)와 부활(生)이라는 복음의 중심사상이 바로 모순과 합리를 동시에 가지는 진리임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 한 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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