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고 현 목사

한국교회는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역사의 현장, 분단의 현장에서 남과 북이 하나되는 민족통일과 평화를 위해서 봉사하고,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해 보자. 또 이를 위해 하나님께 간청드리자. 그리고 예수님의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자.

예수님은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역사의 현장에서 고난당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이셨다.

하나님도 파라오의 압제 밑에서 신음하는 이스라엘 민족의 신음소리를 들으시고, 이들과 함께 구원의 역사를 일으키셨다. 이것이 바로 오늘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벌여할 하나님나라운동이다. 일본 제국주의 아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한민족의 하나님임을 고백하고, 새로운 나라를 향한 3.1만세운동을 일으켰다. 사순절이 시작되었고, 3.1만세운동 99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기도하며,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남북한 평화통일운동의 기폭제를 제공했던 한국교회는, 힘에 의한 평화, 팍스를 외치면서, 갈수록 그 영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오히려 반통일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교회는 80년대 독재정권의 억압 아래서 통일을 향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고, 소위 ‘88선언’을 통해 통일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88선언’ 이후 구체적 사업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것은 당시 국민 모두가 통일운동의 주체가 국민이 아닌 정부만이 하는 일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간헐적으로 통일운동에 가담하는 인사들은 ‘좌경’, ‘용공’으로 몰려 고난을 당해야만 했다. 국민들이 통일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지를 못했던 것이다. 종로5가를 중심으로 만들어낸 88선언은 민간 주도의 통일운동에 대한 기폭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졌다.

1990년대 이후 기독교 통일운동의 주도권을 정부에 내 주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서서히 약화되기 시작했고, 한국교회의 남북한 민족의 평화와 통일에 봉사하는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상태이다. 오히려 한국교회는 반통일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의 민족통일과 한반도의 평화운동은 그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통일을 위해서 봉사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여기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은 반통일적인 관념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에서든지 일인 독재체제인 북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관념이 그리스도인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그 동안 기독교의 통일운동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교회,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나라를 향한 통일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통일의 꿈을 꾸며, 평화적인 민족통일을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

올 한 해 한국교회는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의 변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동향, 정부의 대북정책의 변화 등에 맞추어 탄력적인 통일운동의 방향성을 수정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그렇다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기도는 곧 외침이 되어 하나님께서 한민족과 함께 자신의 나라를 위하여 실현시켜 줄 것으로 확신한다. 이것이 하나님나라에 대한 분명한 우리의 믿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꿈을 갖고, 기도하는 것이다.

예장 보수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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