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다문화 이주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및 성추행은 도를 넘어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 ‘미투운동’이 일어난 이후, 종교계를 비롯한 문화계, 정치계, 예술계 등 곳곳에서 직장 상사와 동료에 의해서 성폭력 및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윤리의식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오늘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우리나라 말 중에 “대한민국 국민은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하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보다 낳은 삶을 위해 한국인을 만나 결혼한 다문화 여성, 다문화 이주여성노동자들은 성폭력과 성추행에 노출되어 있다. 이주여성노동자 10명 중 3명은 한국인 동료노동자에 의해서 실제 성폭력 및 성추행을 당했거나, 목격 및 위기를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렇다고 이주여성노동자들은 성폭력을 당하고서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그것은 저항할 경우, ‘보복하겠다’(36.2%)는 직간접적인 협박을 받기 때문이다. 이들 중 성폭력 피해를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는 10명중 1명에 불과하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가 밝힌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을 당했거나 목격(15%), 저항하면 보복 협박(36%)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신분이 취약해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그렇다고 피해를 입고서도 신고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가 2일 내놓은 ‘2015 경기도 이주여성 직장 내 성희롱 실태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성폭력 피해를 봤거나 목격한 이주여성 375명 가운데 57명(15.2%)은 실제 성폭행을 당하거나 목격했고, 60명(16%)은 성폭행 위기에서 울거나 애원하거나 몸싸움으로 저항한 경험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25개 시·군에 걸쳐 제조·서비스·농축산업에 종사했고 지난 5~8월 설문조사에 응했다. 국적별로 베트남 89명, 타이 80명, 몽골 74명, 중국 66명, 필리핀 36명, 캄보디아 30명이다.

이들 중 16.5%는 보복 및 협박 때문에 ‘성적 협조’를 했다고 답했고, 19.4%는 거부했으나 직장 내 불이익을 당했다고 말했다. 협박의 40.7%는 해고·이탈신고·추방, 불법체류 신고 등 이주노동자의 신분을 악용했고, 19.3%는 임금을 주지 않거나 힘든 일을 시키겠다는 위계를 이용했다. 직접 폭력을 쓰거나 흉기를 든 경우도 9.5%에 달했다.
이들은 허약한 신분 때문에 성폭력에 노출되기 쉽고 신고도 하기 어려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는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민자 김씨도 “생산직 부서 담당과장이 물건을 전달할 때마다 손을 만진다”면서도, “해고당할까봐 ‘하지 말라’는 말도 못한 채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언어 장벽이나 성폭력 예방 정보 등의 부족도 이들 처지를 더 곤란하게 하고 있다. 이들의 37.7%는 피해 발생시 그냥 참고 일하거나 말없이 일을 그만둔다고 했다. ‘말로 항의했다’는 이는 23.7%,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는 11.3%에 끝쳤다.

이번 조사에서 가해자가 한국인인 경우는 49%였다. 제3국적자는 26%, 피해자와 같은 국적인 경우는 25.27%로, 외국인 가해자가 한국인 가해자보다 많았다. 이주여성노동자들이 성희롱 피해에 무방비인 것도 문제지만 그 피해가 여러차례 지속되는 경우가 60%였다. 성폭력·성희롱의 피해가 우발적이 아니라, 지속적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매우 크다.

하나님은 간음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이웃의 여종이나, 남종이나, 재산을 탐하지 말라고 했다. 그것은 여성들이 파라오의 압제 밑에서 노예로 살면서, 여성들이 당한 고통을 기억하라는 교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주여성노동자들은 분명 대한민국 땅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분명 약자이며,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보호해 주어야 할 이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