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이 서울동남노회 임원 선거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날 관심을 모았던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무효 소송은 다시 4월로 미뤄졌다. 총회 재판국장 이만규 목사는 지난 3월 13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진행된 재판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원고인 비대위측의 선거 무효 소송을 인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판결이 나기까지 진통이 적지 않았다. 교단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이 엄청난 한 대형교회의 목회세습에서 비롯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쉽게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 힘들었겠지만 판결이 늦어지면서 재판국이 법리적인 판단이 아닌 정치적으로 어느 편에 이미 기울어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온갖 추측과 소문이 무성했다. 이날 재판의 결과가 전원 합의가 아닌 8대6 거수로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에서 보듯이 그 만큼 재판과정에 진통이 따랐다는 것과, 교단의 재판에서 각 진영의 논리를 일체 배제한 채 법리로만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노회장 자동 승계 여부, 헌의위원장으로서의 직무 유기 여부, 노회 당시 의사정족수 등 크게 세 가지였으나 사실상 노회장 자동승계라는 규칙을 노회원들이 위반했느냐 안했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날 한 재판국원은 “부노회장 김수원 목사가 헌의위원장으로써 김하나 목사 청빙건을 정치부로 보내지 않고 총회 헌법위원회에 질의한 것은 잘못”이라며 “헌의위의 임무는 청원 서류를 분류해 행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심의만 해야 하는데 이를 해당 부서로 이첩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교회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법조인 출신의 또 다른 재판국원은 “노회가 부노회장의 노회장 승계를 법으로 규정한 이상 따로 노회장을 선출한 것은 무효이며, 따라서 서울동남노회 선거 자체가 무효”라면서 “헌의위원장인 김수원 목사가 김하나 목사 청빙건이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지 총회 헌법위원회에 질의해 세습금지법이 유효하다는 해석에 따라 그 건을 정치부로 넘기지 않은 것”이라며 “그것은 직무 유기가 아니다”라고 상반된 주장을 내놨다.

이제 공은 다시 서울동남노회로 넘어왔다. 총회 재판이 노회 임원선거가 무효임을 판결한 이상 서울동남노회는 속히 임시노회를 열어 노회장을 비롯한 임원 전원을 재선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4월에 만에 하나 김하나 목사 청빙건까지 무효로 판결날 경우 노회는 작년 가을 노회에서 벌어진 파행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엄청난 분규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서울동남노회는 이 문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오지 않을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 가을에 개회된 서울동남노회 회의에서 논란이 격화되던 중에 노회장이 강권하다시피 하여 어렵게 발언대에 선 증경총회장이자 모 원로목사는 “부노회장은 규칙에 따라 노회장으로 자동승계토록 하고, 헌의위는 김하나 목사 청빙 건을 정치부로 보내 본회의에서 다루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 중재안에 대해 양측 지지자 모두가 박수를 쳤다. 어느 누구도 손해 볼 게 없는 ‘윈-윈’ 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일부 노회원들이 과격한 정치성 발언을 쏟아내는 바람에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

옛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서울동남노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일부 세력은 이제 호미가 아닌 가래로도 막기 힘들어졌다. 4월에 내려질 위임목사 청빙에 대한 판결 여하에 따라서는 그날 노회에서 나온 중재안을 일부 과격 발언자들이 깔아뭉개버린 것에 대해 두고두고 후회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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