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호관 목사
<집으로>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 분이 얼마나 될 런지 모르겠다. 벌써 11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으니 기억이 희미할 것이라는 짐작을 하면서 <집으로>를 다시 생각하려는 것은 오월은 가정의 달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정향 감독이 김을분(77세)이라는 산골 할머니와 유승호(7세)라는 어린소년을 주연으로 캐스팅해서 만들었다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용은 산골이 싫어서 도회지로 나간 딸이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직장을 찾을 때까지라는 단서를 붙여서 7살 먹은 도회지의 되바라진 어린 아들을 산골마을의 친정어머니에게 맡기러 가는 것으로 시작이 된다.

깊은 산골짜기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일흔일곱 살의 외할머니가 일곱 살 먹은 도시의 늑대 같은 외손자를 맞이해서 엮어가는 눈물겨운 삶의 애환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할머니, 전자 게임에 아주 익숙한 소년, 77세와 7살이라는 엄청난 세대차, 벙어리 할머니와 한없이 제잘 대는 소년, 구세대 여성과 신세대 소년, 실로 단 하루도 함께 살 수없는 세대차에 수 세기를 넘나드는 문화의 격차, 꼬부랑 할머니에 어린 외손자 성의 장벽, 그 어느 것 하나 공통분모가 없는 두 사람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둘이 전쟁 같은 삶을 살면서 서로를 보듬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가능했다. 집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고, 한 식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던 영화로 생각한다. 가정이기 때문에, 집에서만 상식을 초월하는 이해가 이루어지고, 받아드려지고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 <집으로> 이후 10년 동안에 우리들의 집에 심각한 변화가 왔다. 그런 집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찾아갈 집이 없어지고 있다.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심각한 병이 되었다. 가정의 붕괴, 가정의 해체, 혹은 결손가정이라는 말들이 조금도 생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드려지고 있다. 누구누구가 이혼하려고 한데! 큰 뉴스거리였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흔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어느 잡지사에서 <가정이 무엇이냐?>는 설문에 현상금을 걸었는데 800여개의 답이 쇄도 했더란다. 그 중에 몇 가지를 뽑았다고 한다. 1.가정은 투쟁이 없는 세계다. 2.가정은 작은 자가 크고, 큰 자가 작은 자 되는 곳이다. 3.가정은 아버지의 왕국이요, 어머니의 세계요, 자식들의 낙원이다. 4.가정은 우리 애정의 중심이니 우리의 마음이 있는 곳이요, 최선의 소원이 있는 곳이다. 5.가정은 위가 하루 세 때 밥을 얻어먹고 마음은 천 번이나 얻어먹는 곳이다. 6.가정은 땅 위에 있어서는 인간의 허물과 실패를 달콤한 사랑 속에 숨겨주는 곳이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집이 과연 이러한가? 집을 생각하자! 이 찬란한 오월에는!

개혁총회전총회장, 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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