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최근 돌아가는 정황을 보아 분명히 개헌이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바, 청와대는 조국 수석을 통하여 '대통령 개헌안' 내용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20일에 헌법 전문과 기본권 관련 부분을, 21일에는 지방 분권 관련 부분을, 22일엔 대통령 권한 부분을 발표한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미적거리는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청와대의 이벤트라고 몰아붙이지만 이를 알고 있는 청와대의 강행에는 반드시 국회를 압박하여 개헌을 관철시키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개헌 정국이 가파르고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대 이에 대한 한국교회 목소리가 없다. 개헌이 무엇인가? 국민적 관심을 갖는 헌법 조문 몇 개를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적어도 한 세대 이상의 국가 운영 프레임을 새로 짜고 미래지향적 시대적 가치와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한 우리의 정체성을 정비하는 매우 중차대한 작업이다. 헌법은 이미 가동되고 있는 모든 법률의 최고한 법으로써 명실공히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국가의 근간이요 모태가 된다. 위헌 판결은 최종적인 법적 권위이며, 위헌은 과거사로 말하면 대역죄에 해당한다. 이런 까닭에 교회는 지금 정가의 태풍으로 떠오른 개헌 문제에 대하여 무관심해서는 안되며, 이 개헌이 우리의 신앙적 입장과 배치되는 개헌이 이루어질 경우를 생각하고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교회가 신성한 곳이라고 해도 교회의 성도들은 헌법에 귀속될 수밖에 없으며, 이 헌법이 만드는 사회구조와 의식이 삶은 물론 성도들의 신앙생활을 규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민주주의는 법치에 근거하며, 법치의 출발은 헌법의 권위 위에 있다. 헌법이 그 시대의 통념을 규정하면 다시 개헌이 되지 않는 한 그것은 절대적이다. 그러니 어찌 교회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는가?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보편적 가치와 민주적 이념 그리고 인권보장과 국가 미래의 청사진 그리고 새로운 가치와 미래를 담아낼 포괄적 기초를 명시하되 이것이 특정 세력의 교묘한 농간으로 변형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인권과 평등을 빌미로 양성평등의 이해와 가치를 동성애 등을 포함하는 성평등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헌법에 반영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성평등과 양성평등은 한글자 차이 밖에 나지 않지만 그 의미는 하늘과 땅의 차이를 가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대통령이 직접 개헌을 발의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오히려 이 일에 목소리만 컸지 당리당략과 이해득실의 문제로 재대로 흘러가지 못했던 정치권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하여간 개헌이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아잰더가 되었다면 이제 교회도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써 책임있는 의사결집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형편상 한국 교회를 대표할 가구가 없어 속상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의 힘으로 거대한 개헌 추진 세력과 다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의사를 결집할 수 있는 비교파적 개헌추진 협력체의 구성을 제안한다. 초교파는 교파를 구분하지 않고 초월한 교회공동체를 의미하지만, 필자의 비교파는 교파 자체가 없는 원시적 교회 공동체를 말한다. 이것이 힘있는 교회의 원형이다. 아무리 교파를 넘어선다 하여도 일정한 지점에서 자신들의 교리와 장정 그리고 신앙고백을 넘어설 수없다. 그러니 자신들의 교리와 헌법, 장정과 신조, 고백과 제의를 넘어서서 예수를 주와 그리스도로 받아들이는 모든 교회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급격한 쇄락을 겪고 있는 한국 교회의 희망적 대안이 비교파적 결사체의 구성과 운동이다.

그리스도대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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