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고 현 목사

명심보감 교우편에 노요지마력(路遙知馬力) 일구견인심(日久見人心)이란 말이 있다.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고, 날이 오래 가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먼 길을 가야만 말이 힘들어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며, 일이 꼬이고 어려움을 당하면서 서로 겪어 봐야 상대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또 고전에 바다는 마르면 언젠가 그 밑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은 죽어도 그 속을 전혀 알 수 없다는 말도 있다.

장자(莊子)는 친구 사귀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군자의 사귐은 물과 같이 담백하고. 소인의 사귐은 꿀맛 같이 달콤하다. 덕(德)이 있고 교양(敎養)있는 친구는 사람을 대함에 있어 항상 맑은 물과 같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소인(小人)은 친구를 사귈 때 돈이나 이익(利益)을 앞세우기 때문에 이득(利得)이 있을 때는 감주처럼 달게 달려 붙는다. 하지만 이득이 없다고 생각될 때는 서슴없이 돌아서 버린다.

흔히 사람 중에는 살살이 같이 얄팍한 사람이 있고, 한결같은 사람이 있다.

살살이 같은 사람은 첫 인상이 좋고, 말이 비단 같은 덕분(德分)에 상대방에게 좋게 평가되기 쉽다. 그러나 한결같은 사람은 첫 인상은 그저 그럴 수 있지만 늘 변함이 없다. 처음에는 이 두 사람을 구분하기 힘이 든다. 그것은 얄팍한 사람도 한결 같이 쌈박함을 유지 할 수 있다는 착각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살살이 같은 사람은 쌈박함(작고 연한 물건이 잘드는 칼에 쉽게 베어지는 소리 또는 모양)을 오래 유지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위가 높아지거나 얻을 것이 없으면 자신도 모르게 감춰놨던 본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대개 사기꾼들은 사기를 치기 위해 비단같은 말을 구사한다.
상대방이 험한 말을 하건, 자신을 의심하건 간에 철저히 자신을 위장해야 남을 사기 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조금 덜 좋아보여도, 늘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주는 한결같은 사람이야말로 보물(寶物) 중의 보물이다. 만약 주위에 그런 친구나 지인, 연인, 배우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진짜 행운아이다.

한결같은 사람은 재미는 없어도 진국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나서길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이 이름이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그들은 섭섭해 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남을 이용할 줄도 모른다. 항상 소해보는 듯한 삶을 산다.

이러할 때 나와 나 사이에 평화가 찾아온다. 행복이 찾아온다. 성실함과 겸손함으로 이웃을 대하고, 이웃의 고통에 참여하자. 그 고통가운데서 행복을 누리자.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이웃들과 함께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이자.

"친구의 아픈 책망은 충직으로 말미암는 것이나 원수의 잦은 입맞춤은 거짓에서 난 것이니라."(잠 27:6)

예장 보수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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