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수 강 목사

무협지를 보면 무림을 둘러싼 세력 장악에 가문들의 대결이 볼만하다. 혹 대결에서 어느 한 쪽의 가문의 어른이 절명할 경우 상대 가문은 멸문한다. 혈투 중에 멸문당하는 가족 중에 목숨 걸고 대를 이를 자를 숨겨 생명을 보존케 한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입산 수련토록 해 가문의 원수를 갚게 하는 스토리다. 무림의 고수들은 거의 다 비슷하게 철저한 무술훈련으로 고수가 되어 혜성과 같이 나타나 선대의 원수를 갚고 망한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자신의 목숨을 건다.

우리나라의 정치권을 보면 여당과 야당의 패권 다툼은 마치 무림 고수들이 벌리는 혈투와 비슷하다. 정권을 잡은 무리들은 정권이 유한한 줄도 모르고 우선 눈에 가시와 같은 상대 당 전 정권의 핵심인사들을 어떻게든 옭아매려고 한다. 전 정권의 정치인들은 장군하면 멍군으로 답하느라 정신이 없다. 두 정치세력 간에 혈투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정치에 관용을 바라고 용서를 바라는 것은 순진한 자들의 생각이다. 어떻게 결론이 나도 나겠지만 정치인들이 국민을 팔고 국민의 이름을 들추면서 손에 쥔 권력의 보도(寶刀)를 도무지 거두지 않으려고 잔뜩 벼르고 있는 모습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세월이 지나면 지금 지지 세력들이 어느 때에 돌아설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정치는 생물과 같다고 한다. 권불 십년이란 말이 그냥 생겨난 격언이 아니다. 지금 정치권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여당 세력도 어느 날엔가 역사 뒤안길로 사라지는 때가 반드시 온다. 그러면 여당이 될 지금의 야당도 다시 한 번 보도를 휘두를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원수 갚는 일은 대를 이어 계속 진행 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 때문에 이쯤해서 원수 갚는 일을 중단하면 어떤가? 서로 적은 관용이라도 배품이 어떤가?

진짜 원수인 북한과도 평화를 이루자고 양보할 것 다 양보하는 입장인데 같은 대한민국 백성들 끼리 서로 정치이념과 색깔이 다르더라도 예쁘게 봐주면 안 되는가? 그렇지만 정권을 쥐고 있었을 동안 국민들이 모르는 권력형 부조리에 대해 눈을 감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밝힐 것은 밝히되 원수를 갚는 형식은 취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정치권이 오히려 사회를 더 불안하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실정이다. 속히 국민들이 평안을 누릴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전 국민이 중지를 모을 수 있게 정치권이 상생하였으면 하는데 잘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사회가 온통 정치권의 총성 없는 전투에 국민들은 어느 편에 설지 마음 조아리고 좌불안석(坐不安席)인 때에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움직임이 없고 조용하다. 얼마 전 초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충돌을 일으킬 때에도 한국교회는 조용했다. 한 나라 안에서 세대 간의 갈등의 골이 정치권의 응원에 의해 깊이 갈라지는 현상 무어라 표현할 수없는 애석한 일이다. 이런 때도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묵묵부답이다. 이는 교회 지도자들의 성경교육이 실제가 없고 받아드리는 성도들의 배움이 수박 겉핥기식이 않느냐 하는 의문이다.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교단 연합회를 조직하면 기존의 조직에 몸을 담았다가도 불리하면 다른 조직 창단에 멤버로 참여하고 전에 조직과는 원수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부터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그러니교회 안에서도 서로 반목질시를 밥 먹듯 하는데 사회를 어떻게 계도 할 수 있느냐이다. 한국교회의 종교 정치는 바로 사회의 정치풍토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과 같다. 선거 때만 되면 권력의 정점에 서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은 입이 백 개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교회 지도자들이 어떤 때는 사회정치인들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모습을 찾기 힘들다.

사회 정치권이 반목과 질시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뿌리 깊은 사상과 이념의 갈등차이로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사회를 계도하는 지도자 위치에 있어야 할 한국교회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임을 자각해야 한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세속 정치인들에게 신령한 본을 보여 주지 못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한국교회가 제대로 된 연합 조직이 있어야하고 이를지도하는 지도급 인사들이 명예와 이익과 종교 권력에 초연함을 보여 주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여러 개 조직으로 분산된 한국교회 연합 조직을 하나로 뭉쳐 대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무엇인가 본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세속 정치권에 대해서도 질주의 본능을 잠시 쉬게 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국교회가 할 수 있기를 기도함이 옳다.

필운그리스도의교회/ 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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