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통해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은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됐다. 과학과 과학기술은 눈부실 정도로 빠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존의 과학 교과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벌써 우리 생활 속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휴머니즘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점차 포스트휴머니즘으로 변모해가는 현 상황에서 포스트휴먼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올지, 또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전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게 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기독교사상 4월호>에서는 ‘특집-포스트 휴먼, 인간 이후의 인간’이란 주제로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포스트휴머니즘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논의했다. 대략적으로나마 기존의 담론 파악, 포스트휴먼 사회가 가져야 할 원칙, 포스트휴먼 시대의 종교 등에 관해 큰틀을 그렸다.

이번 특집에는 이경란 박사(이화인문과학원 객원연구원)를 비롯해 백종현 명예교수(서울대학교), 장윤재 교수(이화여대)가 △기술과학 시대의 포스트휴먼 담론들: ‘포스트-휴먼’ 개념을 중심으로 △포스트휴먼 사회와 휴머니즘의 원칙 △포스트휴먼 시대에 종교를 말하다 등의 각각의 주제로 참여했다.

이경란 박사는 거시적 관점에서 포스트휴먼의 개념에 대한 논의를 전개했다. 한 가지 용어 ‘포스트휴먼’을 미래에 올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거나 이미 왔다는 개념으로 사용하는 등 포스트휴먼 담론에 관한 기존 연구자들의 혼란한 사용을 말하며, 이 개념이 아직은 분명하게 정착되지 않은 상황임을 밝혔다.

또한 이 박사는 담론의 양대 진영이라 할 수 있는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의 두드러진 차이점에 대해 말했다. 더불어 포스트휴머니즘 담론의 다양한 층위와 범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로지 브라이도티의 <포스트휴먼(The Posthuman)>을 언급하며, 책에서 말하는 세 가지 분류(반동적 포스트휴먼, 분석적 포스트휴먼, 비판적 포스트휴먼)를 자세히 소개했다.

백종현 명예교수는 포스트휴먼 사회가 도래한 오늘날의 상황을 간단히 정리하며 트랜스휴먼 혹은 포스트휴먼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인간이 주체성을 가지고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결과물들과 공존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백 명예교수는 휴머니즘의 원칙과 의미에 대해서 “휴먼과 포스트휴먼 사이의 영속적인 공존을 지향해야 하며, 인간의 권리와 의무, 타자에 대한 의식 등에서 상호성의 원리가 유효하게 작동해야 한다”며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학과 과학기술이 사유화되는 현상이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휴머니즘을 위한 최소한의 방책으로 국제적인 규준과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윤재 교수는 인문주의(휴머니즘)가 르네상스를 이루었고, 이것이 결국 종교개혁의 밑바탕이 된 역사적 과정을 설명했다.

더불어 500년이 지난 오늘날의 상황에서 제2의 종교개혁은 포스트휴머니즘과 새로운 인간 이해가 그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지질시대로 구분될 만큼 지구를 통째로 오염시켜 놓은 인간의 역사를 볼 때, 인간만이 존엄한 존재라는 종(種) 차별적인 인식은 오만한 개념이며, 이러한 면에서 인간 중심적인 사고, 즉 기존의 휴머니즘이 가진 잘못된 사고방식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이런 의미에서 ‘홀로주체’에서 ‘서로주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서 “이러한 일련의 변화 속에서 기독교는 다시금 갱신되어 신앙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4월호에는 다채로운 읽을거리가 실려 있다. 1988년에 발표된 ‘민족의 화해와 통일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 30주년을 맞아 NCCK 주최로 열린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 관련 선언문과 글 3개를 비롯해 평화운동에 필요한 10가지 리더십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맥스 에디거(전 WCC 스태프)의 ‘오늘날 환경에서 필요한 평화운동 리더십’, 기독교 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4•19를 되돌아보고 기억할 수 있는 정경은 교수의 ‘기독교 시인들의 4•19’ 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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