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팽목항 앞바다에 빠진지 4년이 됐다. 304명의 어린 생명이 주검으로 돌아온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한다. 많은 국민들이 이날을 기억하고, 행동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방과 악령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침묵했던 일부 국민(보수적인 기독교인)은 이날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목포 신항, 팽목항, 안산 등에 펄럭이는 노란리본을 보고 ‘노란마귀’, ‘빨갱이’, ‘세월호 북한이 침몰시켰다’ 등등의 고함을 질렀다. 마음이 돌덩어리로 굳어버려 차디찬 바다 속에서 죽임을 당한 자들에 대한 인정마저 메말라 버렸다. 이것이 바로 오늘 한국교회의 자화상이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과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죽임 당한 자의 ‘피의 절규’를 듣고 몰려 왔다. ‘약속 다짐문화제’가 열린 것이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4년이 되었지만, 그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진실규명은커녕 갈수록 의혹만 더 쌓여간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추모식과 문화제가 열린 것이다. 차가운 바다 속에서 고통을 당하며, 죽임을 당한 304명의 어린생명들의 ‘피의 절규’는 노래로, 연극으로, 시로, 노란리본으로, 나비로, 꽃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 아우성은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방방곡곡에 메아리쳤다. 한마디로 죽임당한자의 ‘한의 소리’였다. “그날을 기억하겠다. 행동하겠다”고 소리쳤다. 여기에는 단원고 학생들과 세월호 생존자, 그리고 죽임당한 아이들의 부모, 죽임당한 형, 누나, 언니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아이들도 참석했다. 죽임당한 자의 ‘한의 소리’를 대변했다. 그날을 기억하며, 행동하겠다는 최소한 산자의 몸부림이었다. 그날을 기억하며, 죽임당한 자의 ‘한의 소리’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다짐문화제였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네 번째 봄이 왔다. 아직도 돌아보지 못한 5명.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 4주기를 기억하기 위해 광화문을 비롯해 목포 신항, 팽목항, 안산, 마산, 예산 등 추모식이 열리는 곳을 찾았다. 종교계의 추모행사도 곳곳에서 열렸다. 추모모임은 박근혜 전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어 2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세월호 7시간이 밝혀진 다음 처음 맞는 봄에 열렸다.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시민들은 기억의 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4·16 기억 전시’ 부스엔 단원고의 죽임당한 학생들과 교사를 기리는 시도 전시됐다.

이 나무에는 “기억할 거야. 속상한 그 마음을”, “언니오빠들 잊지 않고 기억할게요”라는 등등의 적은 종이들이 빼곡히 달렸다. 국민들은 세월호 사고 4년이 지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세월호에 관한 책임은 그 누구도 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의혹만 불거지고 있다. 국민들은 세월호를 기억하고, 행동하자는 의미에서 추모식에 참석했다. 죽임 당한 자의 ‘한의 소리’, ‘피의 절규’, ‘아우성’을 들은 것이다.

추모식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가한 국민들은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적힌 풍선을 흔들며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불렀다. 그러나 그 곳에는 벚꽃 아래서 노래하며, 춤을 추던 아이들은 없었다. 그래도 어김없이 4월은 왔다. 지난 4년은 짧지 않았다.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로 죽임을 당한 아이들을 잊지 않았다. 추모식에 참석해 이 땅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행동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보였다. 국민들은 이들의 ‘한의 소리’, ‘피의 절규’를 듣고 모인 것이다. 그리고 곳곳에서 종교계의 추모종교의식도 거행됐다.

세월호가 바다 속에 잠긴지 4번째 봄을 맞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에는 아직도 깊은 슬픔의 강이 흐르고 있다. 그 슬픔을 위로하고 또 치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국민들은 노래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그대로’를 부르며, 마음을 전달한다. 이렇게 죽임 당한 자의 ‘한의 소리’는 국민들 마음속에 전달돼 하늘에 사무쳤다. 그러나 “천국에 있다면 그 곳에서 부디 행복하라”고 위로해 줄 기독교계의 ‘한의 사제’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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