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고양이로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문 현 미 시인
산수유가 꽃망울 터뜨리는 봄인가 싶더니 꽃샘 추위가 몰아쳐 어린 꽃잎들이 꽃길을 연다. 하르르 흩날리는 꽃의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없고 너도 없어 봄사람이 된다, 꽃비 내리는 나무 아래 동심원을 그리며 흥얼거리기도 하고, 삼삼오오 스마트폰을 들고 서로 풍경이 되어 주기도 한다. 봄의 생명력으로 산천에 온통 연초록, 진초록 물결이 일렁인다.

시인의 마음도 생동하는 봄의 한가운데 머무른다. 특이하게도 시인은 고양이의 모습에서 봄을 읽는다. 고양이의 털과 눈, 입술과 수염에서 예리한 통찰력으로 봄의 맛과 멋을 찾아낸다. 이장희는 29세에 요절한 시인이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난 뒤 두 명의 계모 밑에서 성장하였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슬픔과 아픔을 안으로 삭이면서 지냈다. 고독이 친구처럼 함께한 시인이었다.

시인은 내면의 세계에 투영된 대상을 그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포착해서 형상화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시 전반에 걸쳐 다양한 봄의 느낌이 묘사되어 있다. “고운 봄, 미친 봄, 포근한 봄, 푸른 봄”으로 독자는 멋진 봄의 향연에 참여하는 기쁨을 누린다. 동시에 “부드러운, 호동그란, 다물은, 쭉 뻗은”과 같은 수식어의 다채로운 변주로 생동하는 봄의 기운이 충만하다. 1연과 2연 그리고 3연과 4연의 이미지가 서로 대조를 이루며 봄과 고양이 이미지 사이에 자연스런 조응이 되어 있다. 더욱이 각 연의 첫 행 끝인 “털에, 눈에, 입술에, 수염에”에서 “에”와 “어리우도다, 흐르도다”에서 “도다”, “떠돌아라, 뛰놀아라”에서 “아라”의 반복으로 인해 재미있는 리듬이 발생하는 것도 이 시의 묘미이다. 봄의 특징을 젊은 감각으로 날카롭게 천착한 시로 인해 봄의 황홀 속으로 빠져든다. 봄이 오는 소리가 한창이다.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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