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재 성 교수

제8장 루터의 개혁사상과 특징적 교훈들

낡은 종교의 허울로부터 벗어나는 데는 수많은 어려움을 통과해야만 했다. 한 세기 앞서서 먼저 종교개혁의 선구자들의 외침이 여러 곳에서 제기되었다. 보헤미안 후쓰와 옥스퍼드의 위클리프, 이탈리아의 사보나롤라 등이 순교하였다. 종교개혁의 이념들은 그들에게서 영감을 얻어서 더욱 굳세게 마음을 작정한 루터와 그의 동시대의 지도자들에 의해서 정착하게 된다. 주요 개혁자들이 오랜 세월 동안 로마가톨릭 신부로 있었던 사람들이 주도하였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하루아침에 개혁사상을 총정리하여 발표한 것이 아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루터는 논쟁과 토론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고 변호한 것들을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출판했다. 그의 설교들과 논문들은 수없이 확산되었고, 종교개혁의 동조자들을 만들어냈다. 동시대와 후대의 학자들이 그의 주요 쟁점들을 재구성하고 더욱 더 성경적인 교훈들에 의거하여 체계화하는 작업들을 수행했다.

솔직히 말해서, 루터의 신학을 평가하자면, 로마가톨릭에 속한 어거스틴파 수도사로서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어서, 너무나 많은 허점이 드러난다. 중세 말기의 스콜라주의, 신비주의, 에르푸르트 대학에서 습득한 인문주의 휴머니즘, 그리고 모순을 발견하면서 자신이 터득한 개혁사상 등이 혼합되어 있다. 필자는 21세기에 살고 있는 신학자로서 16세기 초반에 독특한 전환기를 경험한 루터 신학를 평가하고 비판하는 일에 대해서 매우 조심스럽다. 루터에게는 그 시대의 사상들이 여러 겹으로 혼재해 있다. 루터의 약점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종교개혁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 속에서 발전을 향한 여러 차례의 논쟁과 탄압의 단계를 거치면서 루터와 선각자들이 선구자적인 노력을 경주함으로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것은 높이 평가를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요한 칼빈은 공개적으로 루터를 비판하기 보다는 차이점을 보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항상 존중하는 마음을 표했던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은 완전히 고치고자 하는 높은 이상을 가졌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라서 여러 가지가 혼합되어 있었다. 따라서 선구자로서 앞장서서 황무지를 개척해 나가고자 분투노력했던 루터의 개혁적인 사상들과 그 공헌들을 존중하면서, 부족했던 부분들은 성경적으로 계속 갱신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1. 죄에 대한 민감성

면죄부 판매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루터가 정작 깊이 다루고자 했던 것은 죄의 문제였다. 자신의 호소와 비판적 제안에 대해서 정죄만 하려는 로마가톨릭의 권세를 맞서게 되면서, 루터는 점차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죄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였다. 루터는 구원론을 새롭게 제시하였다. 루터가 담대하게 보름스의회 앞에서도 비굴하게 처신하지 않고, 세속의 최고권위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루터는 죄에 대한 사면권에 있어서도 최종 권위가 오직 하나님께 있으며, 성경에만 의존하는 참된 신앙으로만 살 수 있다는 것을 터득했다. 그는 오랫동안 성경을 읽고 강의하면서 고민했던 주제에 대한 해답을 터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계속>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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