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은 늑대가 나타났다고 세 번이나 거짓말을 했다가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는 바람에 양도 잃고 늑대에 물려 죽고 말았다. 요즘 다시 거론되고 있는 연합기관의 통합 움직임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통합 논의가 교계에 별 주목을 끌지 못하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진행돼 온 통합의 과정과 그 결과가 말해 준다. 통합을 주도했던 각 기관의 대표들과 주요 교단장들은 당시 자기들이 몇 번씩 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또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교회가 하나 되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말은 결과적으로 양치기 소년처럼 습관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로 교계에 각인되었을 뿐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인 지난해 한국교회 통합 시도는 그야말로 정점을 찍었다. 어떤 이들은 2017년이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주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무조건 통합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세 개이던 단체는 네 개로 늘어나고 ‘통합’이 아닌 ‘분열’의 새로운 획을 긋는 역사적인 해로 만들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종교개혁 500주년은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네 개로 쪼개라고 하나님이 주신 절호의 골든타임이었던 셈이다.

이번에도 두 단체가 하나 되기로 합의했다는데 웬일인지 분위기는 좀처럼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 가라앉는 것처럼 보인다. 알다시피 이중 한 단체는 한때 갈라진 두 기관을 통합시키겠다며 중매자 역할을 자임하더니 넘치는 의욕을 새로운 단체를 결성하는데 쏟아 부었다. 그리고 그들이 통합의 상대로 정한 다른 기관은 또 다른 기관과 시작한 통합 논의도 매듭짓지 못한 상태에서 통합 상대를 바꾼 것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에다 전임 대표회장에 이어 현 대표회장이 또다시 법원으로부터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여서 지금 시점에서 통합 문제가 거론되는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역하다.

그러나 이들 두 단체가 통합을 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한국교회 전체가 오랫동안 학수고대하며 바라온 방향과 일치한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그만”이라는 말처럼 하나가 되고나면 그간의 구설수나 의혹은 소리 소문도 없이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공개한 통합 합의서가 한국교회에 감동을 주기보다 자꾸만 양치기 소년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한국교회 ‘통합’이라는 거창한 구호 뒤에는 항상 ‘동상이몽’이 존재한다. 그것은 아무리 95%를 자랑해도 채워지지 않는 5%의 허기를 상대가 가진 역사성을 가져와 채우고픈 욕심과, 다른 한쪽은 한때 이탈했던 교단들이 복귀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함으로써 지난 과오를 정당화하고 덮으려는 서로 다른 계산이 밑바닥에 깔려 있음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통합의 결과물로 모 인사가 오랫동안 꿈꾸고 공들여왔던 ‘빅픽처’까지 완성된다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인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논리와 명분으로도 인위적이고 전략적인 통합은 정당화 될 수 없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탈법과 이단이라도 일단 눈감아주었다가 나중에 정리하면 된다는 무모한 자신감이야 말로 위험천만해 보인다. 약육강식의 기업 M&A 시장에도 룰과 절차가 있는 법인데, 하물며 주님의 몸을 이루는 교회 연합에 있어 그 목적 뿐 아니라 수단과 방법까지 선하고 구별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교회가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통합을 원한다면 ‘우리끼리’ ‘끼리끼리’부터 버려야 한다. 그리고 매번 휴지조각이 되고 마는 합의서 서명이나 기자회견으로 또 다시 양치기 소년이 되려 하지 말고 세 개, 아니 네 개 단체 대표와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개와 결단하는 기도회부터 열기 바란다. 그 자리에서 이단사이비를 제외한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임을 하나님 앞에 선언하고, 그동안 나와 좀 맞지 않고 약간 모나고 못나 보여서 함께 하기 꺼려했던 모두를 진심으로 끌어안으면 한국교회 대통합의 골든타임은 당장 오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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