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고 현 목사

6.25 한국전쟁 당시 어느 8월 전쟁터의 바닷가에서 더위에 군복 상의를 벗어놓고 진지를 구축하던 병사가 있었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군복 상의가 바다로 날아가 버렸다. 때마침 적기가 출현하여 공습경보가 울렸다. 상관은 즉시 참호로 대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그 병사는 군복을 건지기 위해 상관의 명령을 뒤로 하고 바닷 물속으로 뛰어들어 군복상의를 건져 가지고 나왔다. 그 군복에는 병사에게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이로인해 이 병사는 '명령 불복종죄'로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재판을 받았다. 검사의 공소사유가 끝나고 선고 전 마지막 최후진술로 이어졌다. 병사는 모든 잘못을 시인했다. 이 병사는 가만히 그 군복상의 주머니 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병사에게 마지막 남은 어머니의 사진이었다. 나의 생명보다도 귀한 사진이었다. 어머니는 그 병사와 형제들의 생명을 이어주는 ‘생명의 끈’이었다. ‘생명의 어머니’였다. 이 병사의 이야기를 대하면서 어느 시인의 노래가 머리를 스쳐갔다.

“그리운 어머니/그 이름을 불러 본다/부르고 또 불러도 정겹기만 한 그 이름/생명의 어머니/사랑의 어머니/희망의 어머니/꿈의 어머니/다정하게 나의 이름을 불러주던 어머니/5월 중턱에 서서 정겨운 어머니 드 이름을 불러 본다/너무 불러보고 싶은 그 이름을 마음에 담아 본다/그 이름 손상될까 빼앗길까 두렵다/불러도 불러도 그리운 그 이름, 어머니/그 이름을 불러본다”

그렇다 이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어머니는 생명이다. 사랑이다. 희망이다. 아무리 불러도 지루하지가 않다. 그래서 필자도 어머니의 마지막 남은 사진 한 장을 꺼내들고, 어머니와 함께했던 지난날들을 생각했다. 참 아름다웠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내 머리를 스쳐갔다. 어디 하나 다치까봐 조심조심해서 나를 다루시던 어머니. 보리밥에 쌀 한 톨이라도 더 넣어주시려고 애쓰시던 어머니. 자신은 부뚜막에 앉아 찬물을 먹으면서, 가족들에게는 밥을 지어주시던 어머니. 깁쌈해서 따뜻한 옷을 입혀주시던 어머니. 잊을 래야 잊을 수가 없다.

이 병사는 최후진술에서 말했다.

"이 사진은 제게 마지막 남은 돌아가신 어머니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제 생명보다 귀한 사진입니다. 명령을 어기는 줄 알았지만 저는 이 사진을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저를 처벌해 주십시오“

재판정은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다. 곳곳에서 방청객들의 흐느낌 소리가 들여왔다. 이윽고 재판장은 판결을 내렸다.

"어머니를 이토록 사랑하는 병사는 조국도 그렇게 사랑할 것이다. 무죄를 선고한다“

다음 달은 가정의 달이다. 5월8일은 어버이의 날이다.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애굽기 20장12절)"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아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에베소서 6장1~3절)는 성경말씀을 마음속에 새겨야 하지 않을까.

예장 보수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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