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4월20일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다. 지난 19일 장애인들은,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을 호소했다. 이 집회에 참석한 77명의 중증장애인들은 집회후, 휠체어에서 내려 온 몸으로 기어가는 오체투지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오늘 우리 사회에 저항했다. 이들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투쟁결의대회’를 갖고, 마당극 형식의 ‘대통령에게 올리는 상소를 익살스럽게 발표했다. 그리고 “대통령을 만나야겠다”며, 청와대를 향해 힘겹게 온 몸으로 행진했다.

땅에서 몸부림을 치며, 청와대를 향한 중증장애인들의 시위는 “차별 없는 사회에서 사람답게 살게 해 달라”는 장애인들의 최소한의 몸부림이며, 호소였다. 한마디로 “장애인들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하늘을 향한 사무친 ‘한의 소리’였다. 이들의 호소는 격식도 없었다. 이들은 기고, 뒹굴며 벌인 시위는 정의와 평등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또 이들의 오체투지는 하늘을 향한 호소였으며, 자신들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전국장애인연합 소속 장애인들의 이같은 호소와 행동는 국가가 제정한 ‘장애인의 날’이 장애인들을 향한 동정과 배제, 그리고 차별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를 거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동연합은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명명했다. 그리고 청와대를 향한 행진을 시작으로 1박2일간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는 한신대학교를 비롯한 각 대학의 학생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장애등급제 폐지를 확실히 하고, 부양의무제 폐지와 “꽃동네법”(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법) 제정을 촉구했다. 장애등급제라는 제도가 장애인들의 신체에 등급을 매겨 장애인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에 차등을 두고, 등급별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반인권적이고 비인간적인이라는 것이다. 전국장애인연합은 5년여동안 광화문 지하도에서 농성장을 차리고 ‘장애등급제 폐지’를 외쳐왔다.

또한 전국장애인연합은 장애인이 가족 구성원인 가정에 장애인을 부양할 수 있는 가족이 있으면, 복지 서비스를 전혀 제공 받을 수 없는 부양의무제 폐지도 주장했다. 부모나 형제자매, 그리고 직계혈족 1촌은 장애인 가족 구성원을 부양해야 하는 제도로 가정을 붕괴시키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폐지를 주장해 왔다. 장애인을 구속하는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도 촉구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장애인거주시설인 충북 음성 소재의 "꽃동네" 시설의 이름 붙여 "꽃동네법" 제정도 촉구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광화문 지하농성장을 방문,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로 죽어간 장애인들의 영정에 앞에 고개를 쑥였다. 그리고 이 제도들을 폐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 약속에 농성을 이어온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공동행동'(아래 광화문공동행동)은 박 장관의 약속을 환영했다. 같은 해 9월 5일 농성장을 철수했다. 그 이후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TFT가 구성되어 수차례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장애인과 정상인이 차별받지 않고, 정의와 평등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 우리사회는 이들이 페지를 주장하는 법으로 인해 많은 장애인들이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죽어가고 있다. 이들의 죽음은 은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날 오체투지에 참석한 한 장애인은 “세상으로 나온 오늘은 숨을 마음껏 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오늘 ‘장애인의 날’ 아니 ‘장애인차별법철폐의 날’을 맞은 국민들은 이 장애인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