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새

은밀하고 정결한 시간
잠시 일 접어두고
하늘 명령 따라
꽃나무 숲 바람 타고
하늘 향기 노래하며
강산이나 수풀이나
세상 어느 곳이나
상하 좌우 날개 짓하며
님의 사랑 키우네


-시집 『하늘새』에서

*김재덕 시인 : 고려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 교수. 호주 시드니 포스트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연암문학 예술상.

▲ 정 재 영 장로
시의 생명은 수사(metaphor)에 있다. 이 말은 설명을 피하고, 은유나 상징을 동원한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보여준다는 말뜻은 그림처럼 감각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관념이나 정서를 직설적으로 들어내서는 안 된다. 쉬운 예를 든다면 로고스를 설명하면 그것은 관념이다. 그러나 사람으로 오신 형상이 로고스 본질이라 말한다면 곧 그 분은 시와 같다는 말이 된다. 여기서 형상화작업이라는 시문학의 중요한 용어가 성립되는 것이다.

예시로 설명해본다. 먼저 하늘새가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가.

시란 보편적으로 자기고백이다. 시는 1인칭 ‘나’의 문학이 된다. 즉 화자 자신이다.

하늘새는 하늘과 땅 사이를 날고 있는 새를 말하는 것으로 하늘과 땅 사이의 중간자다. 기독교에서 추구하는 성령의 사람이다. 즉 성령 안에서의 시인의 존재 모습이다. 그 존재는 정결을 통한 절대적 존재인 하늘의 향기를 취하는 기독인을 말하고자 한다. 또한 그 은총의 세계의 감각적 체휼도 말하고 있다. 이 상태는 세상의 어느 곳에 국한된 장소가 아닌, 모든 장소를 지시한다. 상하좌우 공간에 계신 신적 편재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꽃나무 숲 바람을 타고 날개 짓을 하고 있는 하늘새는 신적 은혜에 의해서만 존재가 가능함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마지막 행의 ‘님의 사랑’은 하늘새의 능동적인 행위를 통한 결과물이다. 신과 인간의 상호 역할을 통한 성령 안에 있는 기독인을 형상화시켜주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재확인하듯 기독시(종교시)도 역시 시 구성요건에 충족해야 한다. 그래야 승화된 예술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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